2009.03.21 17:10

뜨거운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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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기억



이월란(09/03/19)




굼벵이처럼 누워버린 길목 끝, 칠 벗겨진 푸른 철대문 지나면 뜨거운 기억이 수돗가에 앉아 있다. 부엌과 방 사이 쪽문으로 들어온 밥상 위의 국그릇이 엎어졌고.


뱃가죽은 허물을 벗었나보다. 약값도 없었을까. 병원비도 없었을까. 엄만 벗긴 감자를 생선전처럼 썰어 내 어린 뱃가죽을 조각이불처럼 덮고 있네.


셀룰로오스 별무늬 잠옷을 걷어 올리고 수챗구멍에 대고 오줌을 누는데 배잡은 고사리 손 사이로 달뜬 감자들이 자꾸만 떨어지네. 유년의 처마 아래 아린 배가 송송 떨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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