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 T. N.방영ㅡ동포의창(2008.6.19.)
2021.02.09 11:20
Y. T. N.방영ㅡ동포의창(2008.6.19.)
정용진 시인
정(情)
기러기 떼 울며
북 쪽 하늘로 멀어져 가고
찬바람
하늘을 빗질해도
별빛은 오히려 빛나는구나.
떠나간 기러기 떼
고향 못 잊어 되돌아오면
동구 밖 풀 섶도
봄으로 피거라.
벅찬 삶의 자락에 가리워
애타던 반달도
구름 틈새로 얼굴 내밀고
강산을 엿보는데
세월이
저만큼 흘렀어도
그리운 옛정
가난을 버려두고
울며 떠난 그 아픔
오늘은 먼데서
귀 밑 머리 희었을라. -정용진, <정> 전문.*YTN에서 방영.
빨래터
감자 골에서 흘러온 물이
동구 밖 시내로 흐르는
빨래터에
넓적 돌을 뉘어놓고
아낙들이
빨래를 두들긴다.
자신의 설움을
털어내듯
두들겨 패는 방망이소리
때 묻은 죄밖에 없는 빨래들이
후줄근하게 몸을 푼다.
더러는 기인 줄에
깃발로 걸려 펄럭이고
초록빛
미루나무 그늘 언덕에는
옥양목 필이
신작로처럼 펼쳐진다.
-정용진,<빨래터>전문.*YTN에서 방영.
손때
조상이
대대로 물려준
낡은 장롱문고리를 어루만지니
선조 어른들의 손때 묻은
얼이 끈끈하다.
차가운 쇠고리가
이리도 따뜻할 수가 있을까
은은한 숨소리가 들리고
땀 냄새가 향기롭다.
내가 선조들을 못 뵈웠어도
선조들이 나를 못 보셨어도
대대로 때 묻은 손자국에
고고한 꿈과 한이 서려
녹슨 문고리에
오늘도 살아 숨쉬는
그윽한 전설
해묵은 윤기가 고귀하다
증조모의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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