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크메일

2015.09.21 03:43

정용진 조회 수:114

정크메일

 2015년 9월22일(화) /한국일보                            정용진 시인

 

지금은 시대가 변하여 모든 정보 시스템이 컴퓨터화 되면서 인터넷 세상이 되었다. 대부분의 뉴스들은 인터넷을 통하여 전달되고, 서신은 이메일로 대체 된 것이다. 그런 반면에 편리의 대가로 치르는 부담 또한 만만치 않다. 이를 이용하여 남의 의사와 무관한 사적(私的) 메일을 수시로 보내는 일이 비일비재하여 남의 자유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 한 예로 국민들이 선거를 통하여 선택한 민주정권을 국방을 지키라는 총칼로 하루아침에 도둑처럼 찬탈한 박정희 정권은 김종필을 내세워 일본강제 침략의 해결책으로 받은 대일 청구권 보상금으로 경재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하였고 이를 이유로 국민들의 정권교체 요구는 외면하고 이조 왕조 시대에도 그 유례를 찾기 힘든 18년의 장기집권을 획책 하다가 결국은 비극으로 끝난 그를 자기 애비나 된 듯 치켜세우면서 여기저기 찬양의 메일을 쏘아대는 이들이 있다. 그들에게 과연 자기 자신 속에 진정한 자기는 있는가 묻고 싶다.

나는 법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불법으로 정권을 장악한 사람은 쿠데타의 주범으로 보는 입장이다. 그래도 정녕 그가 좋다면 자기 집에 사진을 걸어 놓고 조석으로 절을 하며 숭배하기 바란다.

더구나 남이 좋아 하는지 싫어하는지도 분간 못하고 선정적으로 추한 사진들을 수시로 전송하는 자도 제정신이 아니라고 믿는다.

인터넷은 반드시 서로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는 전송 매체요, 현대인에게는 필수 불가결한 전송 수단이다. 세상의 숱한 인간들이 서로 아끼고 사랑하면서 훈훈하게 살아가려면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덕성과 지성과 상식이다. 덕성은 수양인의 인격적 표상이요, 지성은 학문 탐구인의 아름다운 결실이며, 상식은 이도저도 아닌 보통사람들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율례다. 여기에 덕성과 지성과 상식인 들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는 법칙으로 법률이 있다. 법률은 가진 자나 안가진자,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고르게 적용되는 율법이다. 이러게 편리한 인터넷 기구들이 개인의 욕심이나 술수로 이용되어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손해를 입혀서는 안 될 일이다. 적어도 현명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일시적 오판으로 실수를 저지른 것에 대하여서는 서슴없이 과오를 인정하고 즉시 시정할 줄 알아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세계 속에서 앞으로는 인터넷이나 이메일을 못하고서는 살아가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그런 만큼 이에 걸 맞는 상식과 모럴이 필요하다. 나의 인격과 사생활이 중요한 것처럼, 남의 인격과 사생활도 보호되고 존중되어야 한다. 상부상조와 상호협조는 문화인의 몫이다. 인간 삶 속에 핵심적 요인으로 정사(正思) 정언(正言) 정행(正行)이 있다. 바른 삶을 살아가려면 필히 바른 생각이 앞서야 되고, 바른 생각 속에서 바른 말이 나오고, 바른 말이 바른 행동을 유발한다. 어리석은 사람은 잡기에 빠져 혼미하게 살아가는 자신을 잘 살아가는 줄로 착각하면서 취생몽사(醉生夢死)로 허송세월을 하고, 스스로 잘 난척하며 세월을 낭비한다. 그러나 이런 사람은 지상에서의 단 한번뿐인 귀생지도(貴生之道)의 고귀한 삶의 방도를 모르는 사람이다. 자기 자신의 만족을 느끼기 위하여 인터넷으로 남의 삶을 훼방하면서 부질없이 살지 말자. 그러다가 자신 모르는 사이에 자기도 정크 인간이 되고 만다.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2.14

오늘:
0
어제:
5
전체:
291,5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