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과 험담/정용진 시인/중앙일보

2015.12.21 17:35

정용진 조회 수:146

[열린 광장]

칭찬과 험담

<9개 잘못보다 한 가지 장점을 보라> 정용진/시인

[LA중앙일보]    발행 2015/12/21 미주판 9   기사입력 2015/12/20

인간의 심리는 자신에게는 항상 후하고 남에게는 늘 인색하다.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에 티만 발견하기를 좋아한다. 부자간에도 큰 것은 자기 망태기에 넣고, 형제간에도 유산 싸움으로 칼을 뽑는 것이 동서고금의 뼈아픈 현실이다. 이런 삶의 모습들을 예감이라도 한 듯 성현 공자는 '군자는 의()에 밝고, 소인은 이()에 밝다'고 일러 주었다. 남을 칭찬하기에는 5분 정도로 족하나, 헐뜯기에는 한 시간을 마다하고 침을 튀기며 열을 올린다. 그러나 생리적으로 남을 칭찬할 때는 엔도르핀이 솟아나고 남을 헐뜯을 때는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한다. 또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줄 때엔 받는 사람도 기쁘지만 주는 사람의 마음이 더 흐뭇하고 즐겁다. 그러나 칭찬이 과하다 보면 자랑이 되기 쉽고 자랑이 도를 넘으면 상대방이 상을 찌푸리고 피하려 든다. 인간의 삶은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 갈 때는 스스로 긍지를 느끼고 활력에 넘치지만 남으로부터 멸시나 하대를 받으면 모멸감을 느끼게 된다. 사람의 인품을 알려면 함께 여행을 해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먼 길을 가면서 새로운 사물들을 접하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동안 상대방의 인품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선인의 말씀에 '길이 멀어야 말의 힘을 알 수 있고, 날이 오래야 인간의 마음을 알 수 있다'고 일렀다. 부호 카네기는 "우리는 누구나 잘못을 저지르기는 쉽다. 아홉 가지의 잘못을 찾아 꾸짖는 것보다는 단 한 가지의 잘한 일을 발견하여 칭찬해 주는 것이 그 사람을 올바르게 인도하는데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충고했다. 덕이 있는 사람은 항상 남을 칭찬하기에 넉넉하고, 남을 칭찬하면 그 복이 몇 배가 되어 본인에게 돌아온다. 평소에 마음이 선한 사람은 늘 남의 장점이 먼저 눈에 보이고 마음이 악한 사람은 항상 남의 흠을 먼저 찾아낸다. 인간에게는 각자에게 주어진 능력의 양이 서로 다르다. 아름다운 삶이 되려면 많이 받은 자가 적게 받은 자에게 베풀 줄 알고, 앞선 자가 꼴찌에게 보내는 격려의 박수가 필요하다. 박수는 약한 자를 위로하는 마음이요, 친절과 봉사와 겸손은 사회를 건강하게 이끌어가는 활력소다. 흔히 일본사람은 개인은 약하나 단체는 강하다고 말하고, 한국 사람은 개인은 강하나 단체는 약하다고 평한다. 우리 민족이 36년간 일본의 압제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새 정부를 수립할 때 얼마나 힘들었으면 초대 대통령 이승만 박사는 우리 국민을 향하여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외쳤겠는가.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 국민성이 별로 변한 것이 없이 칭찬이나 협조를 모르고 비판과 모함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가슴 아프다. 남북으로 민족과 국토가 갈린 슬픈 상황 속에서도 서로 총칼을 맞대고 으르렁거리며 대결하고 있다. 언제 통일을 이룩하고 번영된 국가를 만들지 답답하기만 하다. 우리 민족이 평화적인 통일 국가를 달성하려면 경쟁할 것은 선의로 경쟁하되 고질적인 험담은 삼가고 서로 칭찬하면서 머리를 맞대고 대화하고 의논해야 한다. 이것만이 우리 민족이 바로 살아갈 길이다. 작고하신 함석헌 선생께서는 "남한은 북한 보고 괴뢰라 하고, 북한은 남한 보고 괴뢰라 하면 바다 건너가보면 두 놈 다 괴뢰지"라고 했다가 독재정권 하에서 반공법 위반으로 옥고를 치른 일도 있었다. 우리 민족이 진정으로 통일을 원한다면서 서로 헐뜯고 다투기만 한다면 어부지리를 얻는 것은 일본과 중국뿐이다. 을미년이 저물고 병신년 새해가 밝아오고 있다. 지난해의 다투고 힘들었던 일들을 말끔히 지우고 남을 칭찬하면서 아름답게 살아가는 새해를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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