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우씨의 증명 사진
2004.09.01 18:38

이용우씨의 딸 그린이를 보면서 오랜 된 기억 하나가 떠오른다.
누구나 착한 초등학교 시절 국어시험 문제가 나왔다.
'삶은 달걀을 먹을 때는 ( )을 치며 먹어야 한다'
괄호 안에 정답을 써넣는 간단한 문제였다.
나는 주저 없이 '가슴'이라 썼고, 이것도 문제냐고 생각했다.
물론 시험지가 요구한 답은 '소금'이었다.
소금 없이도 찐 달걀을 먹을 수는 있다.
그러나 식도가 막히는 답답함을 소금으로 달랠 수는 없다.
역시 찐 달걀을 먹을 때는 (가슴)을 치며 먹어야 한다.
따라서 나는 지금도 내 답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이용우씨와 딸이 한국에 나왔다는 소식은 여러 채널로 알고 있었다.
오랜만에 살가운 땅을 찾았으니 바쁘기도 하겠다.
충분한 시간을 줬는데도 통 연락이 안 된다.
어찌어찌 하여 전화가 왔는데 역시 시간이 없다!라는 말이었다.
잘 생긴 얼굴 한번 보여 달라는 읍소에 그제 딱! 하루 저녁 시간을 내줬다.
이용우씨를 기다릴 때도 역시 '가슴'을 치며 기다려야 했다.
내 주특기 '신분 상승'을 시켜주는 걸 포기했다.
홧김에 '신분 하락'을 기획함으로 복수를 했다.
인사동 뒷골목 찌그러진 양푼으로 나오는 막걸리.
안주는 달랑 고등어 구이 하나.
그렇게 이용우씨의 한국 방문은 끝났고 지금쯤 바쁘게 태평양을 건너고 있겠다.
어째서 남들 다하는 신분 상승이 안되었나 가슴을 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