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기 전

2015.10.19 15:18

김수영 조회 수:270

가을이 오기

                                              김수영

긴긴 여름날 땡볕에 흘리는 농부의 이마에

번쩍이는 불똥에 내가 익어 갑니다.

 

풋과일처럼 풋내가 나는 나의 삶이

번갯불에 튀기이 달달 볶는 한더위에

몸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릅니다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한여름날의 더위 열기에

삶아 져서 곤죽이 됩니다

 

가을이 오기 대지는 몸살을 앓고

해산의 여인처럼 진통을 견디는데

속에서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갑니다

 

태풍의 영향으로 밤새 갑자기 쏟아지는 빗줄기

가을을 노크하는 반가운 손님

가뭄에 어찌나 반가운지 엉엉 울고 싶었습니다

 

가을이 오기

오만 방정 떨다가 지쳐 있을

시원한 바람으로 속앓이를 쓸어내립니다

 

찬란한 무지갯빛 옷으로 갈아입고

아름다운 대자연의 향연에 초대받은 신랑 신부

 

가을은 만삭의 여인이 해산하는 계절 자연이

젖줄이 되어 아기를 가슴에 품은 어머니의 사랑

 

가을이 오기

가슴 두근거리며 기다리는 인고의 세월

가을은 결실로 가득 풍만이어라

차고 넘치는 술잔이어라

술에 취해 잠자는 안식과 평안과 희열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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