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뿐인 여동생

2019.01.22 05:55

김창임 조회 수:5

하나뿐인  여동생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김창임

 

 

 

 

  내게는 여동생이 한 명뿐인데도 잘해주지 못해서 항상 미안할 따름이다. 그 동생은 내 제자도 된다. 교직 경험이 없는 나에게 동생이 있는 반을 주면 동생을 다른 반으로 보내야 하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그대로 맡았다. 거기다 아이들을 잘 통솔해야 되는데 경험이 부족하여 통솔이 잘 안되면 아동들을 전부다 혼 낼 수도 없고 대표로 동생을 혼낸 적이 가끔 있었다. 정말 미안했다.

 어느 날은 아이들이 너무 소란을 피워서 내가 동생의 손바닥을 때린 적이 있다. 동생은 크게 죄 없이 매를 맞았으니 얼마나 약이 올랐을까? 아마 많이 억울했을 것이다. 그 미안함이 지금도 남아있어서 그것을 갚기 위해서라도 김치도 보내고 과일과 채소 등 농산물을 자주 보내주었다. 생일 선물을 챙기고 그녀의 자녀들에게 졸업선물도 챙겼다. 언니가 당연히 챙겨야 되지만 내 마음 속에는 그 생각이 항상 떠나지 않는다. 동생도 나처럼 찰밥을 좋아한다기에 찹쌀도 보내주었다. 무척 고마워했다. 동생도 나처럼 아담하게 생겼고 나와 비슷한 성격인 줄 알고 쭉 살아왔는데 우리 친정아버지 돌아가신 날 그녀의 행동을 보고 동생과 나는 아주 다르다는 것을 그때야 알게 되었다.

 그녀는 아버지를 닮아서 약간 남자성질을 지녔다. 그리고 우리 아버지처럼 담이 커서 운전은 물론이고 각종 대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관광버스에 타기만 하면 사회도 잘 본다고 한다. 교대를 졸업하고 첫 발령도 아무 연고가 없는 경기도 의정부로 났다. 그래서 아버지처럼 도전적인 성격이면서 일을 대범하게 잘했다.

 나는 우리 어머니 성격을 닮아서인지 집과 멀리 떨어진 곳에 가는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 사니까 두려움은 없었지만 발전성이 없었다. 아주 늦게 깨달았다. 그 뒤로도 직원여행을 한다고 하면 내키지 않지만 먼 훗날 후회를 할 것 같아서 꼭 참여한다. 막상 여행을 가면 그곳에 가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좋아한다. 그래서 직장 동료들이 나를 보고 여행분위기를 잘 맞춘다고 좋아했다. 그래서 직원여행은 절대 빠지지 않다 보니 우리나라의 유명한 곳은 거의 다 가보았다. 자매라고는 둘뿐인데도 동생은 머나먼 의정부에서 사니 내가 맛있는 생선찌개를 넉넉히 끓일 경우 동생에게 주고 싶은 마음 간절해도 마음껏 주지 못할 때가 많다. 그리고 내가 누구더러 갑자기 아쉬운 소리를 하고 싶어도 차마 할 수가 없고 애를 탈 때가 많다. 승용차로 약 한 시간 거리에 산다면 반찬이나 과일도 주고 싶을 때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오라버니는 한 시간 거리에 살고 있으니 그러한 것들을 자주 갖다 드린다.

 지금은 그 여동생이 직장 생활을 하느라고 너무 바쁘다고 하니 어서 시간이 많아진다면 서로 모여서 맛있는 것들을 사 먹기도 하고 같이 여행도 다니며 주일에는 성당도 가고 봉사활동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때로는 물가에 나가서 다슬기도 잡고 붕어도 잡아서 버너에다 매운탕도 끓이고 밥도 고슬고슬하게 지어서 자리를 깔고 옛날이야기를 하며 맛있게 먹고 난 다음 누워서 맑은 하늘과 반짝거리는 별들도 보며 엣날 이야기도 마음껏 나누고 싶다. 저녁에는 노래방에 가서 좋아하는 노래를 목청껏 부르고, 볼링장에 가서 몇 게임씩 하고 와도 좋을 듯하다.

 올해에는 꼭 생일상을 내가 차려주고 싶어서 미리 전화를 했더니 역시 절대 이쪽으로 내려오기 싫단다. 그래서 축하금을 보낼까 했는데 별로 의미가 없어서 예쁜 옷이나 사주려고 정읍에서 가장 아름다운 옷이 많은 가게에 가서 사진을 찍어서 카톡으로 보냈더니 아주 좋아했다. 이제는 성공이다. 역시 너도 여자라 할 수가 없구나 싶었다. 나는 나이를 먹었어도 옷을 사게 되면 기분이 좋은데 너는 나보다 한참 젊으니 좋아하지 않을 리가 없겠지 생각했다. 동생이 좋아하니 나는 동생보다 훨씬 더 좋았다.  

 

 지금은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 큰오빠까지 모두 고인이 되셨다. 그러니 내가 동생에게 물심양면으로 잘 해주어야겠는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김치는 항상 충분하다고 하고, 고구마나 감자는 시간이 없어서 안 먹게 된다고 한다. 앞으로 그 여동생의 생일상이나 정성껏 차려주고 싶어 내가 중간 지점인 서울로 가서 회식을 하면 좋겠는데 그것도 쉽지 않다. 작년에도 그렇게 와달라고 해도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면서 오지 않아서 생일 축하를 하지 못하고 축하금만 보냈었다. 내가 동생네 집을 방문하려고 해도 여의치를 못해서 갈 수도 없어 고민이다. 올해에는 머리를 잘 써서 생일축하도 마음껏 해주고 싶은데 그 옷을 선물한 뒤 옷이 마음에 들었는지 동생이 좋아하는 것 같아서 언니로서 마음이 뿌듯하다.

                                                                   (2016.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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