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실 치즈축제

2019.10.13 12:55

박제철 조회 수:32

임실 치즈축제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박제철

 

 

 

 

 

 가을이면 각 고을마다 앞 다투어 축제를 연다. 내 고향 임실에서도 매년 10월초면 34일간 치즈축제가 열린다. 임실 치즈테마파크는 임실군 성수면 도인리에  있다. 8년간의 사업기간을 거쳐 축구장 19개 넓이의 초원에 조성해 2011년에 개장되었다. 본격적인 축제는 201510월 처음으로 열렸다. 내 고향 축제는 비록걸음마 단계인 4회째 축제지만 감히 이번 축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했다고 자부하고 싶다.

 

 임실 치즈축제가 성대하게 열리는 데는 지역명도 한몫하고 있다. 성수면은 해발 876미터의 성수산을 머리에 이고 있는 곳이다. 성수산에는 '상이암'이라는 절이 있으며, 고려 왕건과 태조 이성계가 이곳에서 기도한 후 건국했다는 설화가 있다. 치즈 테마파크가 자리한 도인道引)리는 특이하게도 길도()자와 끌인()자를 쓰고 있다. 태조 이성계가 성수산으로 기도하러 갈 때 없던 길을 내면서 갔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제대로 된 길 하나 없던 도인리에 지금은 전주 남원간 국도의 톨게이트와 완주 순천간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끌어들여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한몫 하고 있으니 기막힌 지명의 궁합이 아닌가?

 

 축제장은 천만송이의 국화가 시선을 끌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노지에서 키웠는지 행사가 끝난 뒤 국화꽃이 만개했는데 이번에는 축제기간 중 꽃이 만발했다. 어느 국화축제에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을 만큼 화려했고, 중앙에는 임실치즈의 원조인 지정환 신부의 얼굴과 처음 우유를 생산한 산양의 머리를 국화로 형상화시켜 놓기도 했다. 치즈 테마파크의 이곳저곳에는 임실 치즈를 사려는 사람, 치즈피자를 먹으려는 사람, 치즈체험을 하기위한 어린이들이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푸른 잔디밭에 가족이나 연인끼리 삼삼오오 둘러앉아 치즈피자를 먹는 여유로운 모습은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임실치즈를 개발한 사람은 원래 벨기에 사람인 지정환 신부다. 그는 고국에서1958년 천주교 사제가 되었으며 그 이듬해 한국으로 왔다. 1964년도에는 두메산골인 임실에 부임하여 농촌의 가난을 해결하고자 산양의 젖으로 처음 치즈를 만들기 시작했다. 거듭된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고국까지 건너가 치즈 만드는 법을 배워오기도 했다. 고국의 치즈공장에 다니는 친구가 몰래 넘겨준 치즈 만드는 법 노트를 가져 오기도 했다. 지금으로 말하면 산업스파이가 아니던가? 신부의 신분으로 그 노트를 받아가지고 올 때는 얼마나 많은 괴로움과 갈등이 있었을까? 그렇게 힘들고 어렵게 시작한 것이 오늘의 유명한 임실 치즈가 되었다.

 

 평생을 한국인의 발전과 행복을 위해서 헌신했고, 특히 임실군은 치즈의 개발로 년 270억 원의 소득 효과를 얻게 되었다. 수많은 사람의 존경과 사랑을 받던 신부님도 생로병사(病死)의 진리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나보다. 오랜 시간을 병마와 싸우다 201941310시경 전북대병원에서 89세를 일기로 영면하셨으며, 전주중앙성당에서 1610시 장례미사를 마지막으로 천주교 성지인 치명자산 성직자 묘지에 모셨다. 사람끼리의 만남은 우연한 만남이 없으며 필연적인 만남이라며 노사연의 만남이라는 노래를 제일 좋아했단다. 자신의 장례식 때는 '만남'을 불러달라고 하여 장례식장에서 신도들이 그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가수 노사연도 그런 사실을 알고 울컥했다고 한다.

 

  그처럼 어렵고 힘든 일을 넘기고 보니 이젠 치즈하면 임실이고 임실치즈하면 지정환 신부를 연상한다. 신부님과 임실치즈가 없었다면 어찌 이런 축제를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신부님은 영면하셨지만 중앙에 있는 꽃의 형상이 말을 걸어오는 듯싶었다.

 “여보게, 사막에 오아시스가 없다면 무슨 재미로 걷겠는가? 지금 여기 축제장이 그렇게도 찾아 헤매던 오아시스가 아닌가? 우물을 파려거든 한 우물만 파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신부님이 좋아했다는 노사연의 '만남'이란 노래를 흥얼거려보았다.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람이었어….

임실 치즈가 있는 한 축제도. 신부님의 형상도, 그리고 만남이란 노래도 영원할 것이다.

                                                                   (2019,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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