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한옥마을 구경

2019.10.16 13:45

이진숙 조회 수:50

전주한옥마을 구경

 

 신아문예대학수필창작 수요반 이진숙

 

 

 

 

 ‘오목대 한옥마을’ 시내버스 승강장에 도착하니 전광판에 집에 가는 버스가 5분 뒤에 온다고 알려 주었다. 버스 승강장 바로 앞까지 관광버스가 즐비하게 주차되어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행여 시내버스를 놓칠세라 걱정하고 있는데, 멀리서 관광버스 사이로 집에 가는 버스가 오는 것이 보였다. 위험하지만 할 수 없이 차도까지 내려가 손을 마구 흔들었다. 다행히 남편과 나는 집에 가는 버스에 탈 수 있었다. 버스 안은 마치 우리가 전세라도 낸 양 텅 비어 있었다. ‘휴, 다행이다!’ 둘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남편도 나도 집에 가는 버스를 바로 타면 마치 복권에라도 당첨된 양 좋아한다. 자리에 앉아 지나가는 풍경을 보니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이 테이프 돌아가듯 머리 속에 그려졌다.

 ‘남부시장’에서 맛있는 팥죽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남편에게 결혼기념일 선물로 개량한복도 안기었으며, 내친김에 ‘한옥마을’까지 걷기로 하고 ‘풍남문’을 지나 ‘세월호 분양소’를 바라보며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 신호등이 바뀌었다. 평일이라 한가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연스럽게 사람들에 밀려 어느새 ‘전동성당’ 앞까지 왔다. 그곳에도 성당 입구쪽에는 온통 사람 굿이었다. 이제는 왕과 왕비 옷차림을 한 젊은이들도 보였다. 그동안에 젊은 선남선녀들이 한복을 멋지게 차려 입고 다녔는데 오늘 와서 보니 나이 지긋한 중년 남녀들도 한복을 입고 거리를 거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또 새로이 ‘개화기’ 옷차림이 유행인 듯 여기저기에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구한말 멋쟁이 신사숙녀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모습도 참 보기 좋았다.

 오랜만에 ‘경기전’을 보기로 하고 매표소에 가니 그냥 신분증만 보여 주고 들어가라고 했다. 들어가는 곳에서 가방을 뒤적거리며 신분증을 찾고 있자니 직원이 슬쩍 보더니 그냥 들어가라고 했다. 내심 서운했다. 이젠 주민등록증이 없어도 내 얼굴이 노인 신분증이구나 싶었다.

 너무 오래 걸어 힘들어 하는 남편과 의자에 앉아 쉬면서 사진을 찍어 멀리 떨어져 사는 아이들에게 보내고 싶었다. 이런저런 모양새로 사진을 찍고 일어나 ‘전주사고’로 올라갔다. 임진왜란 때 우리 지역 조상들의 지혜로 조선왕조실록의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니 자랑스러웠다.

‘어진박물관’으로 가는데 어떤 남자분이 의자아래 쓰러져 있는 모습에 깜짝 놀라 일으켜 의자에 앉히고 119로 전화할까하고 물으니 조금 있으면 괜찮다고면서 잠시 쉬더니 이내 비척거리면서도 혼자 힘으로 걸어갔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남의 일 같지 않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어진박물관’을 몇 번 다녔는데 이제는 많은 학생들이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경기전’ 정전에 들어가 현존하는 유일한 태조 ‘어진’을 보니 자랑스러웠다. 시내 중심지에 ‘경기전’이 있어 시민들의 쉼터일 뿐 아니라 관광 명소도 되고 태조 ‘어진’이 봉안된 장소로 역사성도 있으니, 한옥마을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경기전’을 둘러보고 나오니 거리가 관광객들로 꽉 메워졌다. 어느 어린이 집에서 가을소풍을 나온 듯한 귀여운 어린이들이 모두 한복을 갖춰 입고 있어서 놀랐다.

 

 요즈음 한옥마을 관광객이 줄어들고 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문제가 무엇일까? 나의 좁은 생각으로는 볼거리에 있지 않나 싶었다. 오랜만에 나와 본 한옥마을은 한집 건너 한 집씩은 ‘한복대여점’이 차지하고 있었다. 도자기공예를 하며 상품도 팔고 체험도 했던 도자기 전문점도 크기가 반쪽으로 줄었고, 가죽공예점은 아예 볼 수도 없었다. 음식점이나 간식거리, 한복대여점이 이 마을 중심부에 꽉 들어찼다. 거리가 사람들로 가득하지만 오후 6,7시경에 모임이 있어 나와 보면 거리가 텅 비어 있는 것을 자주 보았다. 오히려 저녁에 그곳은 조용하고 한적하여 생각하며 걸어 다니기에 최고로 좋은 곳인 성싶었다. 시쳇말로 힐링하기에 최적의 장소가 아닌가? 특히 거리거리 불빛이며 물이 졸졸 흐르는 모습들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이렇게 아름다운 밤 풍경을 보면서 하루저녁이라도 묵으면서 한옥마을의 멋에 취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한옥마을’ 하면 골목길 등을 빼놓을 수 없다. 나지막한 담장 너머로 보이는 정겨운 모습들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전주의 자랑인 ‘한옥마을’을 거닐면서 여러 가지 아쉬운 점들이 참 많았다. 그래도 그 거리를 누구와 함게 걸었느냐에 따라 각자가 느끼는 감정은 다를 것 같다. 나도 남편과 함께 시내버스를 타고 나와 남부시장도 둘러 보고 또 ‘한옥마을’까지 거닐어 보며 하루를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시내버스에서 내려 집에 들어오자마자 그는 가방에서 한복을 꺼내 입어 보더니 마치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고 소소한 것에서 시작되는 것 같았다.

                                                                    (2019.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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