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홍인숙(Grace)
새해 첫날
새 달력을 건다
기다림으로 침묵했던 공간이
기지개 켜고 큰 눈을 뜬다
숫자를 안고 있는 여백의 방마다
의미있는 날을 담으며
올해엔 다정한 사람이고저
마음의 촛불을 하나씩 밝힌다
지난해 나를 지켜온
마지막 한장 묵은 달력이
풋풋한 새 달력보다 더 무거운 건
살아온 날의 흔적이 너무 깊기 때문일까
소중함을 알지 못하고 버린 날들이
해 바뀌는 틈새로
헛헛한 바람 되어 돌아온다
혼신을 다해 살아온 날 아니라고
부끄러워 말자
괴로움으로 방황하던 날이라고
버리지 말자
삶의 무게가 내려앉은
마지막 달력 한 장
마음섶에 간직하며
힘찬 발걸음으로 다가온
새해 첫날
새 달력을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