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즉원(生卽願), 생즉원(生卽怨)
2008.05.10 15:16
생즉원(生卽願), 생즉원(生卽怨)
이 월란
난 오늘 꽃이 되고 싶어
꽃이 되어
가슴 한 점 없는 빈 꽃대궁 지나, 가는 꽃모가지 몇 번 흔들리고 나면
난 이제 새가 되고 싶을거야
새가 되어
비상의 환희도 잠깐, 곤한 날개가 이슬받이 도롱이로 젖으면
난 다시 저 하늘이 되고 싶겠지
하늘이 되어
날아도 날아도 닿을 수 없어, 푸르고 눈부시기만 했던 그 하늘이
더 이상 푸르지도, 눈부시지도 않아
먹구름에 막힌 숨통을 훤히 뚫고 나오는 무지개에 눈이 엎어지고
난 또 그 무지개가 되고 싶어 안달이 날거야, 당연하지
무지개가 되어
빛의 능경 속에 갇힌 화려한 신비가 아기살처럼 반짝 떳다
숨 한줄기 없이 앙상한 뼈로 황망히 사라지고 나면
이젠 어떻할까
백년을 하루같이 무지개를 잡으려 발바닥마다 생채기가 돋고
가슴마다 멍울지며 쫓아다니는 저 아름다운 인간이
차라리 되고 싶어지겠지
인간이 되어
먹어도 먹어도 허기지는 빈 창자, 살아도 살아도 신음하는 빈 가슴
아, 이젠 잡으면 사라지는 그 사랑이 되고 싶을거야
사랑이 되어
사랑을 해서 사랑을 잃고마는 이 땅 위의 그 사랑 말야
영원한 사랑은
내가 잡아 먹고서도 빈손 내미는 그 지존의 사랑은
내 속엔 담아둘 오장육부가 없음을
시간을 삼켜주는 불로초도 없음을
어찌하리
호흡의 마디마다 우릴 밟고 지나가는
생즉원, 생즉원의 무자비한 발굽을
2008-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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