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2)

2008.06.21 16:35

강성재 조회 수:47

석달열흘 비한방울 뿌리지 않는 염천을 이고 가는 촌부의 낡은 삼베 치맛자락 속으로 땀줄기 젖어 드는 이른 여름날의 메마른 들녘, *반변천에 쏟아지는 햇살을 따라 서서히 기울어 가는 촌부의 발길 밑으로 풀 한포기 숨어들어 씨앗을 내렸던가 어쨋던가, 황토바람 풀석거리는 갈라진 논이랑 사이로 신음소리 흘러 흘러, 스스로 물이 되고 흙이 되고 씨앗이 되어 흐르고 굳고 싹을 띄울 줄 알았다는 낙동강, 강촌의 사람들이 시름을 앓고 앓다가 마침내 썩어 문드러진 꿈이나마 엮어 실날 같이 흐르는 강줄기 따라 민초들의 숨소리를 만들어 내던 땅, 바싹 마른 논이랑 긴 행렬 따라 가물 가물 잰 걸음을 걷다가 휘청거리는 지게위에 푸성귀 한지게 올리고 바람 따라 이어 가던 날들이 질기디 질긴 질갱이 마냥 땅속에 코를 박고 뿌리를 내려 지탱 해 온 숨결,
사람들아,
저 황토벌판 위에 넘어지고 짓밟히고 엎어져도 마음놓고 울어 보지도 못한 서러운 이들아, 그래도 차마 버리지 못해 얼싸안고 갈아 엎고 씨 뿌리던 한줌 흙덩어리, 내 아버지의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아버지가 천년 만년을 힘겹게 지켜 온 맥박, 피를 토하는 울음속으로 풀씨같은 푸른 노래가 조금씩 자라고 자라 강줄기를 둥실 둥실 떠 다니고 황토바람 잦아진 등성이 너머로 푸르디 푸른 꿈이 환하게 피어 오르는 것을 보았다 했던가.



   * 반변천: 낙동강의 지류,안동에서 낙동강에 합류한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719 신의 숨소리<토요연재2> 김영강 2009.04.10 59
5718 퍼즐 이월란 2009.04.21 55
5717 호명 박정순 2009.04.10 54
5716 금요일 박정순 2009.04.10 54
5715 목련 박정순 2009.04.10 65
5714 초대장 박정순 2009.04.10 62
5713 한 교수님의 성전환 최상준 2009.05.12 40
5712 오바마 오씨 오연희 2009.04.10 42
5711 Soap Opera* 증후군 이월란 2008.06.25 66
5710 의용군의 주기도문 오영근 2008.06.25 56
5709 천지인(天地人) 정용진 2008.06.25 45
5708 나에게 말 걸기 이월란 2008.06.24 66
5707 목걸이------------------------시집2 이월란 2008.06.24 55
5706 빈터 이용애 2008.06.22 52
5705 한국의 영어교육에 대한 나의 생각 신영 2008.06.21 36
» 낙동강(2) 강성재 2008.06.21 47
5703 비손--------------------------시집2 이월란 2008.06.21 49
5702 손녀와 참새 장정자 2008.06.21 59
5701 이월란 2008.06.20 48
5700 빛의 찬가 장정자 2008.06.20 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