思女別曲
2008.09.14 19:29
思女別曲
아침이면 곱게 접은 손수건 사이에
고운 웃음을 담아 건네며
나를 서방님이라 불러주는 여자
생활이 윤택하지 않아도 자기의 삶을 윤기있게 하는 여자
기억은 세월의 저편으로 갈 수 있지만
세월은 기억속의 저편으로 건너 갈 수 없기에
흘러가는 구름을 보며 옛것을 잊지 아니하고
감나무 잎이 붉게 물들면 겨울을 준비하는 여자
추위에 떨고있는 자기의 영혼을
따사롭게 해달라고 말 할 수 있으며
사랑에 인내하는 여자
강물에 모래가 씻겨가는 소리가 듣고 싶으면
비스카야를 들려 달라고 조르는 여자
양파를 넣지 않고 된장찌개를 끓이는 여자
고요한 달빛이 秋色에 물들면
나를 위해 술상을 차리고 별빛을 술잔에 띄우지만
내가 없으면 서러운 가슴이 저민다 하여
술을 마시지 않는 여자
비가 오면 우산을 하나만 들고 찻길까지 나를 마중 나와선
포장마차에서 우동을 사달라고 떼쓰는 여자
"성내고 다투는 여자와 사느니 저 광야에 홀로 사는게 나으리라"
이런 것 정도는 교회에 나가지 않아도 잠언에 있다는 걸 아는 여자
목욕탕 안에서 등을 밀어 달라고 하면서도
수줍음과 부끄러움을 아는 여자
꼭 나서야할 자리에선 할말은 다 하지만
마지막 말 만큼은 하지않는 여자
차양있는 모자로 뙤약볕을 가리고
작은 꽃무늬의 긴 치마를 즐겨 입으며
알맞게 기른 머리카락 사이로 아카시아 향기를 낼 수 있는 여자
눈이 소롯소롯 내리는 은색 겨울 밤이면
책을 보는 나의 머리를 자기의 무릎에 누이고
화톳불에 구운 밤을 하나씩 껍질 벗겨 입에 넣어주는 여자
죽어서도 오직 나만을
그 작은 가슴에 담고 사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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