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딜레마

2009.12.09 15:47

이월란 조회 수:39





Mr. 딜레마



이월란(09/12/05)



오라 하면 떨리고
가라 하면 끔찍하다
쓰라 하면 쓰기 싫고
쓰지 말라 하면 쓰고 싶다
잘했다 하면 싱겁고
못했다 하면 오기가 뻗친다
너무 이르다 하면 무안하고
너무 늦다 하면 서럽다
너무 많다 하면 부끄럽고
너무 적다 하면 비참해진다
빨리 해라 하면 발이 무거워지고
쉬엄쉬엄 해라 하면 맘이 급해진다
머리를 써라 하면 가슴이 시리고
가슴으로 써라 하면 머리가 핑 돈다
너무 무겁다 하면 한없이 가벼워지고
너무 가볍다 하면 대책없이 무거워진다
인생이 짧다 하면 오늘 하루가 그토록 길었고
남은 날들이 창창하다 하면 오늘 하루가 온데간데 없었다


감자밭에선 꿈에 부푼 덩이줄기였어도
손에 쥐어주는 순간 뜨거워지는 삶
뱉을 수도, 삼킬 수도 없는 뜨거운 감자
호호 불다 하루해가 다 진다


오늘도 몰리고 싶은 이 아름다운 궁지
온몸에 각이 선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459 새벽기차 김동찬 2009.01.02 50
6458 내 어머니 무덤가에 신영 2009.01.05 63
6457 하늘이 무거운 새 이월란 2009.12.09 57
» Mr. 딜레마 이월란 2009.12.09 39
6455 사랑이란 치료제 연규호 2009.01.02 60
6454 윈디가 죽어 노기제 2009.01.04 38
6453 무서운 침묵 이월란 2009.04.07 52
6452 가슴귀 이월란 2009.04.07 53
6451 똥개시인 이월란 2009.04.07 58
6450 전두환의 참회록 오영근 2009.01.01 61
6449 영시 모음 석정희 2008.12.31 52
6448 엄마는 생각 중 이월란 2009.04.07 48
6447 나희(儺戱) 백선영 2008.12.31 52
6446 가슴에 지은 집 이월란 2009.01.02 41
6445 풍선 속 남자 김영강 2008.12.31 45
6444 소걸음으로 정용진 2008.12.31 44
6443 잠깐만 노기제 2009.01.02 53
6442 멜라꽁 다리 김동찬 2008.12.31 43
6441 2008년 문화계를 돌아보며 김동찬 2008.12.31 55
6440 지역 신문에 대한 추억 김동찬 2008.12.31 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