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
                           조옥동


지워진 사연 줄줄이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젖은 편지 펼쳐 들고 눈물을 씻다
얼룩을 색칠 하여 오히려 슬픈 몸짓으로  
살아남은 점자點字 뾰족한 끝마다 뛰 넘는  
햇살이 빗금을 친다, 아주 잊으라고

지나간 소식들 찾아가는 숲 속엔
이리저리 길을 낸
무수한 발자국에 빗물 고이고
물에 빠진 글자들의 유혹에 익사하는
하루살이
목숨 길게 사는 꿈꾸며 가노라
절반의 생은 잊혀버리네

바람은 사납고
찢겨진 편지 흔들어 물기를 말리면
하늘마음 은밀히 받아 쓴 손가락 뼈마디 만
간간이 늦은 비 오는 가을 산은
쉼표 느낌표마저 사라진
못 읽은 편지 우체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