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灰

2010.07.19 15:04

이월란 조회 수:59



회灰


이월란(10/07/13)
  

화상 흉터 같은 쭈글한 세월을 품고
사는 이
한 번씩 불에 덴 듯 펄쩍 뛴다
겨울이 오면 3도 화상의 숯덩이가 되어
눈밭을 구를까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의 깊은 학명 같은
원시의 음률을 흘릴 때마다
자욱하고도 흐릿하게 날던 기체들의 춤
시린 눈보라 춤을 추더라도
발목이 녹아내리기까진 해빙의 땅을 잊어라
나는 여전히 화석이 시린 굼뜬 인간
현생인류처럼 가슴을 굴리며
당신의 아종이 되라 했는데
꿈의 유해를 장신구처럼 달고 다니는
나는, 벗을수록 아름답지 못한 본색을
가졌던터라
불 같구나, 칼 같구나
멀리 멀리 날아가렴, 책장 덮이던 날
억만 개의 날개, 달아 주셨지요
불쏘시개 동난 터 위에서
벗은 몸피에 선명히 새겨져 있던
불꽃 덴 자국, 위로 흩어져 날아가던
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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