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 소년의"나홀로" 서부여행/'이 아침에'미주중앙일보
2011.08.01 07:25
7-28-2011, '이 아침에'
14세 소년의“나 홀로”서부여행
조옥동/시인
사람은 2살에 말을 배우고 70이면 침묵을 배운다 한다. 말을 시작한 두 돌짜리 손자를 며칠간 만나고 L. A로 오는 날은 비행기위에 또 비행기를 탄 기분이었다.
‘그 녀석 잘도 놀고 영리하고 호기심도 많고 어떻게 그런 말도 할 줄 알고..... 자랑하지 않으면 할미가 아니지.’ 침묵을 깨우치는 나이가 되어 조신하려 애쓰던 할미는 수련의 단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는데 캡을 쓴 소년이 옆자리에 앉으며 인사를 한다. 데니라는 백인소년은 중학교를 갓 졸업하고 가을엔 고등학교에 진학한단다. 14세의 아들에게 홀로 여행을 허락한 부모가 궁금했다.
“부모님은 데니를 믿으시나 봐요.” “그럼요, 나도 부모님을 더 믿게 되었어요.” 어린학생들을 가르치고, 노인들을 돕는 등 300여 시간의 자원봉사활동을 하며 크레디트를 쌓아 부모에게 10일간의 서부 여행을 허락받았단다.
그가 사는 보스턴과 비슷한 유럽풍의 뉴포트비치를 찾아 간 후에 차례로 남가주의 비치를 구경한단다.공항에 내리면 아는 이가 없어 어떻게 할 것인가 걱정했더니 괌에서 근무하는 자기 아버지가 메시지를 보내줌으로 그대로 하면 된다며 태평스럽다. 책을 읽으며 수시로 아이 폰을 꺼내 메시지를 살폈다. 생각만 해도 그랜드 캐넌 관광은 가슴이 설렌다고 했다. 첫눈에 데니는 디즈니랜드나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더 흥미를 가질 소년으로 보였으나 몇 시간을 함께 여행하는 동안에 예의 바르고 믿음이 가는 어른 같아 보였다.
30여 년 전, 미주리 주에 살 때 초등학교에 다닌 세 아이들을 데리고 미시시피 강변의 소도시 한니발을 찾았었다. ‘톰 소여 모험’의 무대가 있는 그 곳엔 마크 트웨인 소년시절의 집과 그가 원고를 치던 타자기 등을 전시한 박물관이 있고 작품 속에 등장하는 개구쟁이 소년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이 모험을 즐기던 동굴이 있다.
동굴은 길고 깊고 구불거리고 몇 미터 앞은 절벽이라 전혀 빛이 새어 들지 않는 곳도 있었다. 아이들은 무서워하기는커녕 톰 소여가 된 듯 소리를 지르며 즐거워해 우리는 그들 손을 잡고 다니다 굴을 나왔었다.
작가 마크 트웨인은 11세에 아버지를 잃었다. 인쇄소 견습공과 미시시피 강을 누비는 증기선의 키잡이를 했으며 그 덕에 브라질을 탐험하고, 1840년대엔 미 서부 개척에도 나섰다가 실패했다. 그 후 일하던 신문사가 처음으로 단편들을 실어 줄 때 ‘톰 소여의 모험’으로 드디어 작가로 호평을 받게 된다.
마크 트웨인과 데니는 다른 시대를 살지만 모험을 하며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선 공통점이 있다. 청소년들이 새로운 것을 체험하려 할 때 마크 트웨인과 데니와 같이 동기부여를 받는 방법은 다를 수 있어도 시작은 그들이 지닌 꿈을 존중해주는 일이다.
자녀들이 가진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동기유발을 촉매 하는 역할은 부모와 사회와 기성인들 몫이다. 한국 가정에선 지나친 입시경쟁과 과보호로 자녀들을 심약하게 또는 반항적으로 만들고 있지는 않는가?
공항에 내려서 짐을 찾는 동안 내게 맡겼던 백 팩을 등에 지고 여행 가방을 밀고 멀어져가는 소년의 뒷모습이 장차 내 손자의 모습 같아 쫓아가 전화번호라도 건네주려다 그의 부모처럼 여행을 잘 하리라 나도 믿기로 했다.
14세 소년의“나 홀로”서부여행
조옥동/시인
사람은 2살에 말을 배우고 70이면 침묵을 배운다 한다. 말을 시작한 두 돌짜리 손자를 며칠간 만나고 L. A로 오는 날은 비행기위에 또 비행기를 탄 기분이었다.
‘그 녀석 잘도 놀고 영리하고 호기심도 많고 어떻게 그런 말도 할 줄 알고..... 자랑하지 않으면 할미가 아니지.’ 침묵을 깨우치는 나이가 되어 조신하려 애쓰던 할미는 수련의 단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는데 캡을 쓴 소년이 옆자리에 앉으며 인사를 한다. 데니라는 백인소년은 중학교를 갓 졸업하고 가을엔 고등학교에 진학한단다. 14세의 아들에게 홀로 여행을 허락한 부모가 궁금했다.
“부모님은 데니를 믿으시나 봐요.” “그럼요, 나도 부모님을 더 믿게 되었어요.” 어린학생들을 가르치고, 노인들을 돕는 등 300여 시간의 자원봉사활동을 하며 크레디트를 쌓아 부모에게 10일간의 서부 여행을 허락받았단다.
그가 사는 보스턴과 비슷한 유럽풍의 뉴포트비치를 찾아 간 후에 차례로 남가주의 비치를 구경한단다.공항에 내리면 아는 이가 없어 어떻게 할 것인가 걱정했더니 괌에서 근무하는 자기 아버지가 메시지를 보내줌으로 그대로 하면 된다며 태평스럽다. 책을 읽으며 수시로 아이 폰을 꺼내 메시지를 살폈다. 생각만 해도 그랜드 캐넌 관광은 가슴이 설렌다고 했다. 첫눈에 데니는 디즈니랜드나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더 흥미를 가질 소년으로 보였으나 몇 시간을 함께 여행하는 동안에 예의 바르고 믿음이 가는 어른 같아 보였다.
30여 년 전, 미주리 주에 살 때 초등학교에 다닌 세 아이들을 데리고 미시시피 강변의 소도시 한니발을 찾았었다. ‘톰 소여 모험’의 무대가 있는 그 곳엔 마크 트웨인 소년시절의 집과 그가 원고를 치던 타자기 등을 전시한 박물관이 있고 작품 속에 등장하는 개구쟁이 소년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이 모험을 즐기던 동굴이 있다.
동굴은 길고 깊고 구불거리고 몇 미터 앞은 절벽이라 전혀 빛이 새어 들지 않는 곳도 있었다. 아이들은 무서워하기는커녕 톰 소여가 된 듯 소리를 지르며 즐거워해 우리는 그들 손을 잡고 다니다 굴을 나왔었다.
작가 마크 트웨인은 11세에 아버지를 잃었다. 인쇄소 견습공과 미시시피 강을 누비는 증기선의 키잡이를 했으며 그 덕에 브라질을 탐험하고, 1840년대엔 미 서부 개척에도 나섰다가 실패했다. 그 후 일하던 신문사가 처음으로 단편들을 실어 줄 때 ‘톰 소여의 모험’으로 드디어 작가로 호평을 받게 된다.
마크 트웨인과 데니는 다른 시대를 살지만 모험을 하며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선 공통점이 있다. 청소년들이 새로운 것을 체험하려 할 때 마크 트웨인과 데니와 같이 동기부여를 받는 방법은 다를 수 있어도 시작은 그들이 지닌 꿈을 존중해주는 일이다.
자녀들이 가진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동기유발을 촉매 하는 역할은 부모와 사회와 기성인들 몫이다. 한국 가정에선 지나친 입시경쟁과 과보호로 자녀들을 심약하게 또는 반항적으로 만들고 있지는 않는가?
공항에 내려서 짐을 찾는 동안 내게 맡겼던 백 팩을 등에 지고 여행 가방을 밀고 멀어져가는 소년의 뒷모습이 장차 내 손자의 모습 같아 쫓아가 전화번호라도 건네주려다 그의 부모처럼 여행을 잘 하리라 나도 믿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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