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2일 ' 이 아침에'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조옥동/시인
시간이 쉼 없이 가고 있다. 지구가 자전하고 태양 주위를 공전하며, 달이 차고 기울기를 반복하는 한 시간은 계속 흐를 것이다. 쉬지 않는 시간, 영속적인 시간을 하루 또는 한 달 일 년으로 나누어 놓고 심지어 시간과 몇 분의 일초 단위로 알뜰하게 카운트 하고 있다. 비록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시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뒤뜰에는 계속 낙엽이 쌓이고 있다. 갈잎이라도 색갈이 다르고 단풍이 드는 시기와 떨어지는 때가 다른 것은 저들도 각기 시간을 측정하며 계절을 알고 있는 것 같다. 이때가 되면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가 생각나고, 마지막 수업, 마지막 달력, 마지막 콘서트 또는 마지막 승부 등 마지막이란 단어가 가슴을 촉촉이 쓸어내린다.

마지막이란 끝에 다다른 헤어짐이나 분리를 연상하여 슬픔과 연민을 느끼게 하지만 가는 것은 오는 것을 예견하고 이 모퉁이를 돌아가면 새로운 시작이 있다는 의미도 된다.

인류의 문명과 문화는 막힌 길을 뚫거나 돌아서라도 계속 새로운 역사로 이어졌다. 세상은  무엇이든지 어떻게든지 다른 형태로 이어지고 채우게 되어있다. 낙엽도 꼭지가 떨어진 자리에 봄에 싹이 틀 겨울눈을 맺혀놓고 떨어진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견주어진 위대한 인물, 그의 삶은 특별했고 현대생활의 패턴을 바꾸어 놓은 인물, 스티브 잡스가 간지도 두 달이 가깝다. 그도 “죽음이란 삶의 또 다른 모습”으로 여기고 “미래를 알 수 없다하여 현재와 과거만을 연관시키지 말고 현재의 순간들이 미래에 어떤 식으로든 다 연결된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가 세운 애플에서 성공을 맛본지 1년 만에 쫓겨나는 마지막 같은 일을 당했지만 그는 다시 초심자로 일어났었다.

베토벤은 마지막 숨을 거두면서 “천국에서는 들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했고, 발명가 에디슨은 코마상태에서 사망 몇 시간 전에 깨어나 눈을 들어 위를 바라보며 “저 쪽은 아름다워”라 했다고 한다. 아마도 스티브잡스의 마지막 말인 “오 와우, 오 와우, 오 와우”와 같은 뜻인지도 모른다.

인도의 코뿔소는 인도 경전 숫타니파타에 나오는 무소이다. 몸이 크고 무게가 2톤에 이르고 피부가 두껍고 딱딱한 몸을 움직일 수 있도록 주름진 골이 있어 갑옷처럼 보이는데 뿔은 하나다. 하나의 뿔은 퇴화했거나 없고, 베어내도 계속 자라나는 육체의 외로운 뿔만 남은 것이다. 이 불교 경전은 번뇌와 잡념, 슬픔과 사랑, 모든 고통과 그리움 같은 세상의 굴레를 벗어버리고 자유롭게 지혜를 찾아 세상의 모든 집착을 버리고 가라 한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한다.  

다 이루지 못한 후회로 한해를 보내며 아쉽고 섭섭함으로 엉킨 일상을 벗어나 내일을 향하여 무소의 외로운 뿔처럼 가고 싶다. 비록 굶주림과 어리석음을 잊어서는 안 될 우리의 젊음이 늙어진다 하여도, 이 깊고 넓은 시간의 강물을 건너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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