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암 저수지
2006.07.20 12:55
문명의 이끼 빼곡한 고층 아파트단지
사철 소나무 깎아진 산은 어디로 갔을까
창가에 비친 하늘 자꾸만 오므라져 가고
새들도 집 잃은 동물도 둥지를 떠났다
분리수거함만큼 작아져 버린 산의 흔적
자전거 세워진 새벽 6시 공터를 鐘 삼아
느린 걸음 발자국소리가 동심원을 그리며
아파트 숲 건너편 풍암 저수지에 닿는다
鐘소리 매단 걸음이 선잠 깬 내 앞에 서자
처음에는 내가 아닐 것 같아 두리번두리번
상가 옥상 붉은 십자가 네온이 여명에 떨고
성대 수술한 푸들 강아지처럼 입만 벌린다
격정의 밤도 지나고 예수를 배반한 유다가
새벽 맞이하듯 말없는 시선에 고개 숙인다
편두통과 거식증 걸린 지친 새처럼 날아온 곳
잃어버려 부르지 못할 것 같은 둘째 형 이름
풍암 저수지에 누워 하늘 더 넓게 바라보며
가슴에 침전된 울화의 흔적 지우고 지운다
초록물고기 귀에다 통계사 鐘소리 들려주며
부르다 목쉴지라도 오래도록 소리 내려고
사철 소나무 자란 위에 둥지 하나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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