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와 상인 7

2006.11.15 06:37

한길수 조회 수:50

올림픽 동대문 시장에서 만난 코리안* 마마
값싼 것 찾기는 했어도 그냥 달라하지 않았던
지폐를 펴는 손길이 활짝 핀 흰 튤립 같다
미국 올 때 간호원으로 왔다고도 하고
엘에이 살기 전에는 교회 집사였다고도 하는
가장 축복받기 위해 꿈꾸었을 그녀의 이민

흐린 날일지라도 재즈처럼 편안한 바람으로
오전 여섯시 로스앤젤레스 뒷골목을 헤집는
영성체 주듯 정신의 빵 들고 사역 다닌다
소외 받고 머물 곳 없는 거리의 천사들에게
건네는 아침 스프가 햇살처럼 따뜻하다

주름진 미소와 혼자도 감당 못하는 가냘픈 몸  
손길 안 닿는 곳마다 발길 머무르면 행복이라고
배고픈 형제들에게 다가가는 걸음마다 환희
어둔 밤 등불 되어 작은 쉼터로 떠나는 여정
물끄러미 등나무 굽어진 고목의 뒷모습 본다

이라크와 석유전쟁으로 평화는 길거리 노숙하고
팔레스타인과의 분쟁 멈추지 않는 성지의 슬픔
홀연히 떠난 마더 테레사의 빈자리 크기만 한데
사방에서 웅장하고 화려하게 치장되는 교회들
오고 가는 그녀의 발길은 흔적 없지만 이 땅에
봄은 아지랑이 오르듯 푸르게 하나 둘 피어난다    

  
* 코리안 마마; 1980년부터 로스앤젤레스 지역 노숙자들을 돕고 있는 글로리아 김(시온복음선교회)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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