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산행
2010.12.05 08:29
오늘 같이 마음이 답답할 때 산에 간다
들판처럼 넓은 인연의 지도 안에
동창산맥 뻗어있다
주고받는 대화의 들판을 지나
꾸불꾸불 이어지는 산길
남녀 선후배 앞서거니 뒤서거니 산에 오른다
쏟아지는 웃음은 뭉개 구름
파란 하늘이 내려다 보며 미소 짓는다
동문들의 멈출줄 모르는 노래와 휫바람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와 어우르니
숲이 부러워 따라오며 더 짙게 그늘 드리운다
다 보고도 말없는 선비의 수목들
자연을 경청하는 초록 잎새들
있는 대로 귀 다 열어놓는다
상쾌한 산바람이 건너온다
폐부 깊이 들여 마시는 산정기
핏발 선 신경줄을
어느새 느슨하게 풀어준다
올라가는 기대의 힘찬 발걸음 만큼
내려가는 기쁨 기다리고 있어
산행은 야외교실, 삶의 이치를 배운다
산정에서 보면 산 아래 동네 너무 조그맣다
오르고 내리는 삶의 산행
선배가 먼저 밟고 간 길 있어
오늘, 이렇게 힘들지 않게 오르는 나의 등반
다음에 올 후배를 위해
숲길을 다지며 조심스레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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