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죽이고 있는 남자
2007.10.02 13:20
꾸루룩 꾸루룩 야생 칠면조 한무리가
뒤쳐진 제 일행들을 부르며
뒤돌아 볼 때
순간 나의 모습이
저들의 뒤를 따르는
칠면조 같기도 하고
추수 끝난 허허한 들판의
버려진 낟알 같기도 해
쓸쓸하다
영원히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지만
간신히 버티고 매달린
조막손 사과 한알이거나
나이를 훔쳐 가는
시계 바늘이거나
하루를 배불리 체우는 것 만으로
달리 도리가 없음을
깨닫기는 했어도
사는게 그닥 재미스럽고
신명 나는 것은 아니라서
하루종일 하품만 하는
이제는 조금 철이 든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 그런
우수꽝스런 모습으로
걸어 가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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