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본향으로의 귀환
2022.03.31 22:34
한국 시간, 2022년 3월 25일 아침 7시 22분. 아버님이 돌아 가셨다. 본향으로의 귀환이다. 향년 101세. 어머님이 돌아가신 지 꼭 10년만이다.
소식을 듣자, 나도 모르게 “어머나!”하는 외마디 소리와 함께 심장이 쿵!하고 내려 앉았다. 오미크론으로 입원하셨지만, 격리 해제되는 주일은 잘 견디셨는데 이틀 뒤에 폐렴이 왔다고 한다. 연로하셨지만 큰 병은 없으시고 여전히 삼 시 세끼 식사에 규칙적인 생활을 하셨던 분이다.
15년 째 지극정성으로 모셨던 동생의 노력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때가 되었나 보다.
곧 이별의 시간이 올 거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충격은 충격이다. ‘베개를 지니고 있어도 부모는 부모’라는 말처럼 아버님마저 떠나시고 나니 난 천애고아가 되었다.
아버지…..!
내게 귀한 이름 석자와 잔병치례 없는 건강한 육신을 주셨고, 인간을 사랑하는 휴머니티를 유전자에 심어주신 분. 돌아가시더라도 비행기값 비싼 여름철 피해 좋은 시절 택해서 돌아가시라고 농담까지 했는데… 최악의 시간에 돌아 가셨다.
가족이 면회할 수 없는 오미크론 시기, 8일간 가족 면회 없이 계시다가 ‘홀로’ 가셨다. 여지껏 가족에 둘러 사시다가, 하필이면 사투를 벌이던 그 힘들고 외로운 시간에 ‘홀로’ 가시다니! 이것이 못내 가슴 아프고 쓰리다.
하지만, 위로라면 위로랄까. 8일도 길긴 하지만, 환자치고는 오랫동안 고생 안하시고 돌아 가셔서 다행이다. 게다가, 장례식 스케쥴 잡기가 로토 당첨보다 어렵다는 시기에 아버님은 운 좋게도 순조롭게 진행되어 3일장으로 치를 수 있었다. 효심 가득했던 셋째 딸에게 준 아버님의 마지막 배려요 선물이었나 보다. 평소에도 어떻게 해서든지 수발하는 딸 고생 덜 시키시려고 소식다동하시며 건강 지키기에 열심히 노력하셨다 한다.
멀리 이국땅에 떨어져 살던 우리도 충격인데 함께 동고동락했던 여동생의 심경은 어떠할까. 아무리 잘 할려고 노력했다고 해도 남는 건 후회와 아쉬움 뿐이리라. 앞으로 살아 갈수록 새록새록 생각날 테고 빈자리가 눈에 밟혀 눈물짓겠지.
오미크론으로 사람도 부를 수 없어, 가족도 한 명 아니면 두 명만 온 사람들도 많았다 한다. 쓸쓸한 장례식. 화장터 연기가 하늘 향해 피어 오르고 육신은 간 곳 없이 한 줌 가루로 화하는 시간. 유족들은 아예 말문을 닫고 침묵하고 있었다.
울음을 참고 있던 여동생도 화장하기 직전 직원이 “마지막으로 고인에게 한마디 하시죠!” 하는 말에 그만 울음보가 터졌단다. 마지막 관을 부여안고 대성통곡하는 여동생의 울음에 모두 참고 있던 울음을 같이 터뜨렸다.
“언니야! 참 인생 허무하더래이! 한 줌 재로 남는 목숨인데 뭘 그리 애발시리 살아 볼려고 아동바동 했나 싶더라!” 장례를 치르고 난 동생의 한마디다.
하지만, 인생이 허무하다고 대충 살 수는 없는 일. 대나무가 키 돋우듯, 죽음을 통해 우린 또 한 마디 성장하는 거다. 유한한 삶이기에 오히려 더 고귀한 것. 영혼불멸을 믿으며 부활의 소망을 안고 또 열심히 살아가는 게지.
야박하긴 하지만 어쩌겠나. 갈 사람 가고 남을 사람 남아, 그 분들이 못다 산 삶을 또 이어가는 수밖에. 이것이 인간이 가진 숙명이다.
‘늘 혹은 때때로' 생각하면서 살아갈 뿐이다. 사랑의 연결고리는 사별했다 해서 끊어지는 건 아니리라. 천상에서 다시 뵈옵길 기도하며 슬픈 마음을 글로 남겨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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