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시 -여행가방 / 김영교
2017.03.01 16:59
가출한다
뚱뚱한 몸집이 무게의 부축을 받는다
벌린 아가리가
필요만 골라
저 빈 구석까지 쑤셔 넣고는 삼켜버린다
양 옆구리 눌려 잠궈지면
치켜 뜬 몸통 손잡이는
체념한 듯 바퀴 밑에 눕는다
온 힘을 다해 일어서보면
구르다 멈추고 또 굴러가는 별난 세상을 만난다
꾸역꾸역 집어 삼킨 뱃속이 편할 리 없어
비좁은 골목 다른 풍경 지날 때 마다
토해 낸 하이얀 현기증
집 한 칸의 꿈이 공중에 떴다
쿵 착륙, 온 몸이 멍 투성이에 소화불량이다
감당할 수없는 소음과 인간의 횡포를 털고
자유 그리고 그 너머
약속 시간에 뻗어 버릴듯 비틀거리며
드디어 귀가
안착의 변기에 제왕처럼 앉아
입안 먼지 뱉으며 다 배설, 그 시원함이여
남은 것은
또 다른 가출의 텅 빈 음모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나는 누구의 여행 가방인가
마지막 순간
고요, 그 태초에 비움의 고요 속으로
들어가는 또 하나의 삶이 있다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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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오
2017.03.01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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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youngkyo
2017.03.02 11:34
강강술래 선생님
발길 고맙습니다. 우리는 여행가방, 네 삶이란 여정, 가방으로 다녀가지요
가볍게,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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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7.03.02 00:17
Hello Spring ~
William Wordsworth
3월에 지은 시
The cock is crowing,
The stream is flowing,
The small birds twitter,
The lake doth glitter,
The green field sleeps in the sun.--
닭은 울고,
시냇물은 흐르고,
작은 새들은 지저귀고,
호수는 반짝이는데,
푸른 초원은 햇볕속에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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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둘님
나자신은 어느 순례자의 여행가방 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그 순례자가 irony 하게 다름아닌 나의 자신
내 자신만의 나의 몫을 챙겨야하니 말이지요
누구도 챙겨줄수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