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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 이태영 작품 4-5-2020

여자들은 어디다 두지요? - 김영교

힘겨웠던 투병의 여덟달 
바깥 세상은 초록이 살찌는 찬란한 4월
슬하에 자녀 하나 없는 
아름다운  PV 언덕 바다를 눈아래 바라보며 
숨 한가닥 푹 꺼지면서 친구는 그렇게 육신을 벗었다 

아직도 가슴이 식지않았을 때 연락받고 용수철은 달려갔다.
헐렁한 한 겹 가운마져 무거웠을까? 벌어진 가슴을 여미어주며 눈을 감겨주고 
턱을 올려 벌린 입을 닫아주었다. 
친구의 소원은 한 눈에 바다를 내려다 보며 그렇게 집에서 마지막을 그래서 퇴원, 
자택 가료중이었다.
먼 작별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어이없어 허무에 취한 한 달을 
어쩌지 어쩌지 되뇌이며 안주인의 신발을 물어뜯는 티코* 생각에 정신이 들었다.
 
부인이 하던 사업체, 서류며 집안 정리, 유품 정리등 친구남편은 기진했다면서 어느 날 
문안전화가 왔다. 고맙기도 했다며 그런대로 잘 견디고 있다며
혼자서 허전해 와인잔을 자주 대하고 취해서 잠들 때가 많다했다.
 
남겨진 것이 너무 많아, 끝도 없이 많아  
혼란스런 남편은 추리고 정리하는데 끝이없다 했다. 
함부로 내다 버리지도 못했을 꺼다.
자식이 없는 친구는 여행과 사진, 와인과 신발이 취미였다

한 때 가치를 두었던 크고 작은 흔적들...자식이 없어서 그렇게 집착했을까? 
수집품 박물관이 비대해지고 있었다. 신발만도 침실 벽장 하나, 큰 PV 저택이 좁아지고 있었다 
집 밖으로, 기억 밖으로 와인과 크리스탈 술잔 가득 
마신 것은 눈물이었고 혼자라는 고독이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친구 생각이 저 만치 밀려나고 있을 즈음
어느날 밤이 이슥 해서 걸려온 전화 한통
깊고 저음이었다. 조심성이 담긴 머뭇거림이 전화 저편에서 떨고있었다.

"있는데 없어요, 있는 걸 아는데 못 찾겠어요..." 

수화기를 내려놓는 내손에 매달리던 친구 남편의 목소리
지금도 들려오는 그 목소리는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여자들은 어디에 두지요, 현찰을요?" 

그날 밤 그의 건재를 확인한 나는 한편 반가웠다
그다음- .
그리움의 낭떨어지에서 추락한 나는 
끝없는 추락을 지금 하고 있다

지금도 찾느라 잠못들어 하는 친구 남편,
이사도 못가고 오죽 답답했으면 이슥한 밤 
나한테 전화까지 했을까?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4월이다. 고국에서의 총선도 끝났다.  
영원한 것은 없다. 이 또한 지나 갈 것이다.

'여자들은 어디다 두지요?'
기억의 저편에서 들려오는 친구 남편의 목소리
궁궐같은 그 저택에서 지금도 밤마다 찾고 있을까? 
*티코 - 애완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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