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uck

한때 ‘남편과 아내에게 필요한 것 5가지’라는 유머가 유행한 적이 있다. 내용인즉 여성에게 필요한 것은 '돈, 건강, 자녀, 일, 

친구'(또는 돈, 건강, 딸, 강아지, 찜질방) 등 실제 노후생활을 유지하는 데 

긴요한 것인데 반해 남성에게 필요한 것은 

‘부인, 마누라, 애 엄마, 집사람, 아내’ 등 호칭만 다르지

아내 하나뿐이라는 얘기다.

'남편에게 필요한 5가지'

노후를 맞이하면서 인간관계의 변화는 남녀 간에 차이가 크다. 남성의 인간관계는 소득활동을 하는 시기에는 다양하고 깊지만 은퇴를 기점으로 

서서히 그 폭이 좁아지면서 약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는 배우자의 은퇴를 기점으로 관계 유지를 위한 

활동이 오히려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배우자의 은퇴 시기가 자녀 교육이 완료되는 시점과 맞물려 있어 가사 노동과 자녀 교육에서 벗어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 <새전북신문> 삽화

이 마냥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유머는 바로 이러한 남녀의 인간관계 변화를 풍자하는 우스갯소리다. 퇴직 시기까지 오직 가족을 위해 한눈팔지 않고 달려온 가장들에게 남은 거라곤 배우자밖에 없다는 얘기니 말이다. 

이 유머의 후편 격으로 이어진 게 ‘남편의 식습관’이라는 우스개다. 이 유머도 베이비부머들의 퇴직 러시와 맞물리면서 한편으로 절대 공감을 얻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가장의 비애’라는 페이소스를 한껏 드러내기도 했다.

일 나가는 대신 집에서 끼니만 챙기는 남편은 성가시고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될 수 있다. 일생 동안 가족들 벌어 먹인다고 고생한 남편에 대한 짠한 감정은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종일 집안에서 얼쩡거리는 남편의 존재가 아내의 노후 생활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유머는 집에서 몇 끼를 먹느냐를 기준으로 남편을 아주 모질게 평가하고 있다. 일단 집에서 한 끼도 안 먹는 남편은 ‘사랑스런 영식(零食) 씨’다. 한 끼를 먹는 남편은 ‘귀여운 일식(1食) 씨’, 두 끼 먹는 남편은 ‘사랑해 줄 두식(2食) 씨’다. 그나마 남편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건 여기까지다. 

집에서 세끼를 먹는 ‘삼식(3食)’이는 ‘삼시 쉐끼’다. ‘세 끼’를 욕설의 형식으로 비튼 것이다. 그러나 세 끼는 약과다. 세 끼를 먹고 간식도 먹는 남편도 있다. 이들은 ‘간나 쉐끼’가 된다. 거기다 한 술 더 떠 세 끼에, 

간식에다 야식까지 먹는 남편은 ‘종간나 쉐끼’가 되는 것이다. 


그래도 건강하게 나이를 먹고 나이 들더라도 아내와 함께 할 수 있는 날이 

가능하면 오래기를 바라지 않을 수 없다. 둘 중 하나가 먼저 떠나는 것을 피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남은 사람이 혼자서 끼니를 이어야 하는 때가 더디 오기를.

(받은 글 )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14
전체:
648,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