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uck

         Ode to joy

            거위 ,  문정희

    


         나는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는 배우인 것 같다

 

분장만 능하고 연기는 그대로인 채

 

수렁으로 천천히 가라앉고 있다

 

오는 텔레비젼에 나온 나를 보고

 

왝왝 거위처럼 울 뻔했다

 

내 몸 곳곳에 억압처럼 꿰맨 자국

 

뱀 같은 욕망과 흉터가

 

무의식의 주름 사이로

 

싸구려 화장품처럼 떠밀리고 있었다

 

구멍 난 신발 속으로 스며들어오는

 

차갑고 더러운 물을 숨기며

 

시멘트 숲 속을 배회하고 있었다

 

나는 나에게 다 들켜버렸다

 

빈틈과 굴절 사이

 

순간순간 태어나는 고요하고 돌연한 보석은

 

사라진 지 오래

 

기교만 무성한 깃털로 상처만 과장하고 있었다

 

오직 황금알을 낳기 위해

 

녹슨 철사처럼 가는 다리로 뒤뚱거리는

 

나는 과식한 거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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