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02 17:02

꽃 뱀

조회 수 8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꽃뱀/강민경



오늘도 나는 계곡에서 푸른 하늘 바라보며

산골짝 건널 일 산등성 넘을 일에

힘 드는 줄 모르고

올곧은 나무로 쭉쭉 뻗었다

 

 

개울물이 발끝을 적시고 흐르던

어느 아침

안갯속에서 함초롬한 이슬 물고 와

내미는 네 맨손이 하도 고와

퐁당 빠져들어 쿡쿡 하하

웃는 사이

 

너는 산맥처럼 일어선 내 어깨 근육을

뭉개고

거 쉼을 숨겨 돌돌 내 몸을 말아

옴짝달싹 못 하도록 욱죄고 귀골이 장대했던

나를 지우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온데간데없고 덩굴, 너만 남았구나

 

다 내어 주고

속절없고, 한심하고, 어처구니없어

속 빈 강정처럼, 돌아온 탕아처럼, 먼데 가신

하늘이라도 되돌려 달라고 애걸복걸하는데

네 뱃가죽이야 등가죽에 붙든지 말든지

눈길 한 번 주는 일 없는 너는

누구냐?

네가 그것이었니, 피를 말리는 꽃뱀?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51 늦가을 억새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1.12.08 183
550 심야 통성기도 하늘호수 2017.09.28 182
549 우리들의 애인임을 강민경 2019.01.26 182
548 지상에 별천지 강민경 2019.09.23 182
547 대낮 하현달이 강민경 2020.05.22 182
546 숙면(熟眠) 강민경 2014.11.04 181
545 눈 감아라, 가로등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3.11 181
544 낙엽단상 성백군 2013.11.21 180
543 가을 눈빛은 채영선 2015.09.08 180
542 물 춤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6.25 180
541 밤바다 2 하늘호수 2017.09.23 180
540 평화의 섬 독도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2.21 180
539 천진한 녀석들 1 유진왕 2021.08.03 180
538 초고속 사랑 / 성백군 하늘호수 2015.04.10 179
537 11월의 이미지 강민경 2015.11.13 179
536 걱정도 팔자 강민경 2016.05.22 179
535 진실은 죽지 않는다/(강민선 시낭송)밑줄긋는 여자 박영숙영 2017.04.25 179
534 거리의 악사 강민경 2018.01.22 179
533 묵언(默言)(1) 2 작은나무 2019.02.21 179
532 생의 결산서 / 성백군 하늘호수 2020.06.30 179
Board Pagination Prev 1 ...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