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7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처마 길이와 치마폭과 인심 / 성백군

 

 

길을 가다가

갑자기 소나기를 만나

미처 피하지 못하고 옷이 흠뻑 젖었다

내 어릴 적

고향 마을은 가난했지만

지붕마다 처마가 있어

비가 오면 피하며 잠시 쉬어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백배는 잘 사는데

눈 씻고 봐도 처마는 없다

지붕 위에 화단은 있지만, 처마는 없다

처마가

인심과 무슨 상관이 있겠냐만

내 마음엔 잘 살수록 점점 저만 알고

인심이 각박해지는 세상 같아서

느닷없이 오늘처럼 비를 맞는 날이면

피할 처마가 있는 옛집이 그립고

까닭 없이 비에게처럼 남에게 당하다 보면

꼭 낀 짧은 치마를 입고 몸매 자랑하는 젊은 여자보다는

폭넓은 한복 치마를 즐겨 입으시고

그 폭으로 늘 나를 감싸주시고 보호해 주시던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평생 화장품 한번 안 쓰셨던 어머니가 보고 싶어진다

보기에 좋다고, 살림이 넉넉하다고

다 좋은 건 아닌 것 같아

사는 게 좀 그렇다

 

    813 - 04282017

 

 

 

 


  1. 사인(死因)

  2. 아내의 요리 솜씨 / 성백군

  3. 6월의 창

  4. 나의 고백 . 4 / 가을

  5. 자연이 그려 놓은 명화

  6. 역사에 맡기면 어떨지

  7. 희망을 품어야 싹을 틔운다

  8. 종신(終身)

  9. 바위의 탄식

  10. 오디

  11. 내가 사랑시를 쓰는이유

  12. 밤송이 산실(産室)

  13. 나목의 가지 끝, 빗방울 / 성백군

  14. 꽃, 지다 / 성벡군

  15. 물속, 불기둥

  16. 날 저무는 하늘에 노을처럼

  17. 갓길 불청객

  18. 나비의 변명 / 성백군

  19. 흙, 당신이 되고 싶습니다

  20. 글 쓸 때가 더 기쁘다 / 김원각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