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29 09:40

까치밥

조회 수 16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까치밥 > 

 

 

시절이 가난하다고

마음마저 궁하지는 않았소

 

외려 이웃을, 주변을 더 배려하고

타인의 아픔을, 배고픔을 더 측은히 여겼지

나도 잘 아니까, 배고픈 게 뭔지…

 

마주치는 이에게

진지 드셨습니까, 저녁 드시고 가세요

물론 때꺼리가 달랑거리고, 아니

쌀독 긁히는 소리가 날 망정

그래야 마음이 편했지

못 말리는 사람들

 

식량이 모자라

죽 문화가 발달했다더만

그건 죽도 아니었다네, 그냥 물 붓고

있는 것 뭐든지 밥 조금하고 함께 푹푹 끓이는

그러다 한 식구 더 오면, 새 손님이 들면

거기 물 한 바가지 더 붓고 끓이는

우리네 아낙들은 다 유명 쉐프였으니까

 

단풍 들고 서리 내릴 무렵

벌겋게 익은 뒤뜰의 감 수확할 때면

아버지들은 으레 가지 끝 몇 알을 남기셨소, 그건

세상없어도 지켜야 하는 천칙(天則)

배고픈 까치, 저들도 생명, 이웃이니까

우리가 그런 걸 보면서 자랐구먼

 

그 까치들, 까마귀들 오늘 아침

여기 미국까지 배웅을 왔네

몹시도 반갑다

행복하게 잘들 살거라

 

 

 

 

93043_5106_422.jpg

 

images.jpeg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31 산길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3.19 199
630 도심 짐승들 하늘호수 2017.05.21 199
629 가을 산책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0.17 199
628 12월의 이상한 방문 하늘호수 2015.12.19 198
627 산동네 비둘기 떼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7.16 198
626 아름다운 잎사귀로 남고 싶습니다 / 김원각 泌縡 2020.07.06 198
625 꽃씨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3.30 198
624 광야(廣野)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2.05 198
623 봄날의 충격 강민경 2016.03.04 197
622 갑질 하는 것 같아 강민경 2015.08.22 197
621 하늘의 눈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6.19 197
620 밥 타령 하늘호수 2017.12.01 197
619 저 건너 산에 가을 물드네! / 필재 김원각 泌縡 2019.12.04 197
618 파도에게 당했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20.12.10 197
617 용서를 구해보세요 김원각 2 泌縡 2021.02.28 197
616 가을, 잠자리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9.19 197
615 길동무 성백군 2014.03.15 196
614 무슨 할 말을 잊었기에 강민경 2016.03.11 196
613 세월 측량하기 / 성백군 3 하늘호수 2022.12.20 196
612 쉼터가 따로 있나요 강민경 2016.05.28 196
Board Pagination Prev 1 ...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