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25 20:08

한 점 바람

조회 수 28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한 점 바람/강민경


 

처음엔, 한 점 바람  

하찮게 여겼더니

여름이 다 가도록 얼씬도 않는 바람

삐쳤는가?

끓는 지열에 턱턱 숨 막히며 늘어지는 육신

이제는, 아양이라도 떨며 비위라도 맞추며  

상전으로라도 모시고 싶은 심정이다

  

“무슨 날씨가 이래” 하고

원망해 봐도

핏대를 세우며 성질을 부려 봐도

하늘마저 구름 한 점 없더니

우르릉 꽝, 번쩍번쩍, 이제 됐다 싶은데

끝내, 소리만 요란하고 칼춤만 춰대니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란 말도 거짓말이다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처럼

평소에 싫어하던 에어컨을 켜는데

내가 싫어하니까 저도 싫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타일 바닥이 흥건하다

 

누구의 눈물인지 혹은

누구의 비뇨인지 모르지만

한 점 바람 하찮다고 괄시했다가

올여름 된통 당하고

에어컨 바람에 닭살 돋게 생겼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25 저 건너 산에 가을 물드네! / 필재 김원각 泌縡 2019.12.04 193
824 재난의 시작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1.31 111
823 장미에 대한 연정 강민경 2013.12.26 559
822 장맛비의 성질/강민경 강민경 2019.10.09 124
821 잡초 / 성백군 하늘호수 2020.07.21 209
820 잡(雜)의 자유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4.09 135
819 잘 박힌 못 성백군 2014.04.03 336
818 잔디밭에 저 여린 풀꽃들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5.04 178
817 작은 꽃 강민경 2017.11.26 235
816 자질한 풀꽃들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4.23 247
815 자유시와 정형시 하늘호수 2015.12.23 359
814 자연이 준 선물 / 泌縡 김원각 泌縡 2020.03.17 90
813 자연이 그려 놓은 명화 강민경 2019.09.30 257
812 자목련과 봄비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2.26 110
811 자동차 정기점검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5.21 212
810 자꾸 일어서는 머리카락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1.30 163
809 잊어서는 안 된다 / 김원각 泌縡 2020.05.17 121
808 입춘대길(立春大吉)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2.08 221
807 입춘(立春) 하늘호수 2017.02.15 222
806 입동 낙엽 / 성백군 하늘호수 2022.12.13 226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