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02 04:02

봄이 왔다고 억지 쓰는 몸

조회 수 11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봄이 왔다고 억지 쓰는 몸/ 성백군

 

 

봄이 왔다고

나목에 싹이 돋고 

햇볕이 꽃봉오리에 모여들어

꽃을 피우겠다고 바글거린다

 

내게도 그런 일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거울에 비친 내 얼굴 모습은

주름투성이에 검버섯 몇 듬성듬성

봄이 와도 몸은 봄 같지가 않아

더욱 봄이 그립다

 

내 평생, 그동안

들이쉰 숨 다 내쉬지도 못 한 것 같은데

젊음은 사라지고 들어앉은 늙음,

인생 참 덧없다

미리 알았더라면 아니, 예전에 느꼈더라면

진지하게 시간을 보냈을까?

사람 사이에서 예의 바르고 자연 앞에 겸손했을까

어느새 건방지고, 교만하고, 잘났다고 하는 것들이

혈기 죽어 마른 풀같이 되었다

 

이러다가 나는 그냥 지워지고 마는 것 같아서

봄맞이 나갔다가

나비처럼 꽃 곁에서 흐느적거리다가

벌에게 쏘였다. 아프지만,

(벌침이 박혀 얼굴이 부풀었지만 벌은 곧 죽을 것이고

내 살은 그 죽음 위에 빨갛게 꽃으로 피어날 것이니)

이게 부활 아닌가?

 

봄이 왔다고

억지 쓰는 늙은 몸에도

봄은 봄이라서

벌침 맞은 자리가 따끔거릴 때마다 오히려

마음에는 봄꽃이 핀다

 

   808 - 04052017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46 물꽃 / 성백군 하늘호수 2019.12.26 146
445 물구멍 강민경 2018.06.17 345
444 물구나무서기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2.22 109
443 물고기의 외길 삶 강민경 2017.08.03 168
442 물거울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1.07.13 124
441 물 춤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6.25 171
440 문학-갈잎의 노래 하늘호수 2020.03.17 125
439 문자 보내기 강민경 2014.02.03 365
438 묵언(默言)(2) 작은나무 2019.03.06 197
437 묵언(默言)(1) 2 작은나무 2019.02.21 173
436 무언의 친구들 / 성백군 하늘호수 2020.07.08 146
435 무심히 지나치면 그냥 오는 봄인데 강민경 2014.04.11 243
434 무슨 할 말을 잊었기에 강민경 2016.03.11 194
433 무명 꽃/성백군 하늘호수 2015.03.27 345
432 무릉도원 1 유진왕 2021.07.30 134
431 무 덤 / 헤속목 헤속목 2021.05.03 330
430 무 덤 / 헤속목 1 헤속목 2021.07.27 106
429 몽돌과 파도 성백군 2014.02.22 379
428 못난 친구/ /강민경 강민경 2018.07.17 92
427 몸살 앓는 봄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4.09 83
Board Pagination Prev 1 ...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