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25 20:08

한 점 바람

조회 수 28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한 점 바람/강민경


 

처음엔, 한 점 바람  

하찮게 여겼더니

여름이 다 가도록 얼씬도 않는 바람

삐쳤는가?

끓는 지열에 턱턱 숨 막히며 늘어지는 육신

이제는, 아양이라도 떨며 비위라도 맞추며  

상전으로라도 모시고 싶은 심정이다

  

“무슨 날씨가 이래” 하고

원망해 봐도

핏대를 세우며 성질을 부려 봐도

하늘마저 구름 한 점 없더니

우르릉 꽝, 번쩍번쩍, 이제 됐다 싶은데

끝내, 소리만 요란하고 칼춤만 춰대니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란 말도 거짓말이다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처럼

평소에 싫어하던 에어컨을 켜는데

내가 싫어하니까 저도 싫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타일 바닥이 흥건하다

 

누구의 눈물인지 혹은

누구의 비뇨인지 모르지만

한 점 바람 하찮다고 괄시했다가

올여름 된통 당하고

에어컨 바람에 닭살 돋게 생겼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71 전령 1 file 유진왕 2021.08.06 102
870 모둠발뛰기-부부는일심동체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1.06.15 103
869 4월에 지는 꽃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4.02 103
868 닭들은 식물이 아니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8.30 103
867 나무 뿌리를 밟는데 강민경 2018.04.24 103
866 하늘처럼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9.22 103
865 바닷가 금잔디와 나/강민경 강민경 2020.06.16 103
864 윤장로, 건투를 비오 1 file 유진왕 2021.08.06 103
863 국수쟁이들 1 file 유진왕 2021.08.11 103
862 상실의 시대 강민경 2017.03.25 104
861 9월 / 성백군 하늘호수 2015.09.10 104
860 살만한 세상 강민경 2018.03.22 104
859 벌과의 동거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2.12 104
858 가을, 수작 떨지 마 / 성백군 하늘호수 2020.10.27 104
857 맛은 어디서 오는 것인지 1 유진왕 2021.07.28 104
856 아스팔트 포장도로 / 성백군 하늘호수 2022.11.29 104
855 고난에는 공짜가 없습니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1.16 104
854 당신의 당신이기에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5.22 105
853 코로나 현상 / 성백군 하늘호수 2020.09.22 105
852 가을빛 / 성백군 하늘호수 2020.10.07 105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