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07 08:43

들꽃 선생님

조회 수 22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들꽃 선생님 / 성백군

 

 

흰나비 두 마리가

데이트를 나왔나 봅니다. 연거푸

붙었다 떨어졌다

인적 드문 산속이라고는 하지만

대낮인데

해도 너무한다고 들꽃들이 모여 앉아

코딱지만 한 빨간 꽃잎을 들썩이며

입방아를 찧습니다. 색과 향이 가관입니다

내 보기에는 질투인 듯합니다

 

그때 사 눈치챈 나비 한 마리

들꽃에 다가와

‘네 이름이 뭐니?’하고 묻는데

당황한 들꽃 나를 쳐다봅니다

당황하기는 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람 체면에

모른다는 말도 못 하고 쩔쩔매는데

머뭇거리던 나비, 들꽃과 나를 번갈아 노려보다가

‘이름도 없는 하찮은 주제에’ 하며 날아가 버렸으니

보나 마나 내 뒤통수엔

들꽃들의 원망이 주렁주렁 달렸겠지요

 

미안합니다

내 주위에 있는 것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아내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미안합니다

평생을 같이 살면서 내 속으로 낳았으면서도

아직 검색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했으니……

오늘 휴일

자주 가는 야산 기슭에서

낯익은 들꽃에 당한 날 선 가르침

잊지 않겠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49 내가 나의 관객이 되어 하늘호수 2017.09.16 228
748 아! 그대의 미소가 빠졌네요 – 김원각 泌縡 2020.08.23 228
747 입동 낙엽 / 성백군 하늘호수 2022.12.13 227
746 그만큼만 작은나무 2019.05.15 227
745 남은 길 1 헤속목 2022.01.26 227
744 엉뚱한 가족 강민경 2014.11.16 226
743 밤비 하늘호수 2016.06.10 226
742 어머니의 소망 채영선 2017.05.11 226
741 듣고 보니 갠찮다 강민경 2019.04.10 226
740 밑줄 짝 긋고 강민경 2019.08.17 226
739 불꽃 나무 강민경 2015.12.26 225
738 입춘(立春) 하늘호수 2017.02.15 225
737 가을 퇴고 / 성백군 하늘호수 2018.10.19 225
736 정용진 시인의 한시 정용진 2019.05.17 225
735 봄 배웅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4.20 225
734 미리준비하지 않으면 강민경 2016.01.26 223
733 낯 선 승객 박성춘 2015.06.15 223
732 옥양목과 어머니 / 김 원 각 泌縡 2020.05.09 223
731 그늘의 탈출 강민경 2014.10.04 222
730 숨쉬는 값-고현혜(Tanya Ko) 오연희 2016.07.08 222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