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선생님 / 성백군
흰나비 두 마리가
데이트를 나왔나 봅니다. 연거푸
붙었다 떨어졌다
인적 드문 산속이라고는 하지만
대낮인데
해도 너무한다고 들꽃들이 모여 앉아
코딱지만 한 빨간 꽃잎을 들썩이며
입방아를 찧습니다. 색과 향이 가관입니다
내 보기에는 질투인 듯합니다
그때 사 눈치챈 나비 한 마리
들꽃에 다가와
‘네 이름이 뭐니?’하고 묻는데
당황한 들꽃 나를 쳐다봅니다
당황하기는 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람 체면에
모른다는 말도 못 하고 쩔쩔매는데
머뭇거리던 나비, 들꽃과 나를 번갈아 노려보다가
‘이름도 없는 하찮은 주제에’ 하며 날아가 버렸으니
보나 마나 내 뒤통수엔
들꽃들의 원망이 주렁주렁 달렸겠지요
미안합니다
내 주위에 있는 것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아내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미안합니다
평생을 같이 살면서 내 속으로 낳았으면서도
아직 검색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했으니……
오늘 휴일
자주 가는 야산 기슭에서
낯익은 들꽃에 당한 날 선 가르침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