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힘이 있다/강민경
오늘
교회 집사님이 주신
봉선화 모종을 얻어 와
빈 화분에 심고
손톱에 물들이든 어릴 적 생각을 하며
가슴을 설렙니다
다음 날 물을 주려고 나가보니
너무 어린 것을 옮긴 탓인가!
펄펄 날던 녀석은 온데간데없고
탈진해 누어버린 초라함에
가슴 부풀었던 옛 기억
밤사이 안녕입니다
살면서 하루에 한 번이라도
수십 리 길 오르내려 본 일이 있었더라면
한 번 굽힌 무릎은
다시 세울 수 없다는 허망함도 알았을 텐데
내 어리석음일까요
때 쓰는 어린아이처럼
봉숭아 모종을 키워 손톱에 물들이겠다는
생각은 힘이 있었습니다 만
시들어 일어나지 못하는 모종을 보면서
생각은 힘이 없다는 이치도 깨우칩니다
내가 원한다고
다 이뤄지는 것이 아닌 세상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