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동 재래시장 매미들 / 성백군
매미가 운다
구로동 재래시장
낡은 고목 몇 안 남은 가지에서
맴, 맴, 매에 엠, 하며
시장 사람들 상거래 소리보다 더 크게
고함을 지른다
7년 땅속 굼벵이 생이
억울해서가 아니다
2주 밖에 못 살고 가는 삶이 서러워서가 아니다
당장, 소리치지 아니하면
자신의 살아있음을 확인할 수 없으니
손님들 귀속을 파고드는 것이다
만주로, 연변으로 피난 간 사람들
서툰 한국말 가지고 고국에 돌아와
장바닥을 가득 메우며
가라앉은 시장경기를 일으켜 세운다
무궁화 꽃을 피우며
구로동 재래시장을 국제시장으로 만들겠다고
매에 엠, 맴
저건, 우는 것이 아니다
암놈을 부르는 사랑놀이가 아니다
풀 한 포기 없는 회색 벽돌담 시장 골목에서
순간, 순간을 살아남기 위한
역이민 매미의 기막힌 절규다
울음에 곡을 붙인 희대의 절박한 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