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도 당황한 날 /강민경
늦은 저녁 무렵
맑던 하늘 언제였냐는 듯 번쩍
하늘 가르는 번개 세례 우르르 쾅쾅 으르르
먹구름 다그치는 하늘의 괴성
천지를 뒤흔든다
둥지에서 잠을 청하던 새들 느닷없는 굉음에
이 나무 저 나무 숲에서 퉁겨져 나와
날 줄 씨줄을 그리는 난 분분한 당황
그 절박감이라니!
방 안에서 지켜보는 나도 긴장한다
여보, 저것 좀 봐
아주 큰 태풍이 오는가 봐
새들도 야단이다. 지금이라도 유리에
테이프를 쳐야 하나 다급한 채근, 후회먼저
소심해서 허둥거리는 사이
벼락 치는 폭풍우 소리
먹먹한 내 귓속을 후벼 판다
메마른 캘리포니아 다급한 사정은 뒷전이고
내 딸이 사는,
이 하와이가 더위에, 가뭄에 헉헉댄다는
뉴-스 듣고 서둘러 달려왔다 하시는
하늘의 음성이
세상 늪에 빠져 허둥거릴 때
내 어깨를 껴 안고 다독여 힘 주시던
내 아버지의 환청 같다
대지(大地)를 깨워 서두르시는 발걸음
뜬 눈으로 아침을 맞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