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길을 묻다/강민경
바람에 서성거리던 나뭇잎
저를 받아 안는 개울 물을 타고 앉아
길을 물으며 흐릅니다
한 때는
푸른 나뭇잎으로
나뭇가지 물 들이는 터줏대감이었는데
웬일로 오늘은
후줄근한 형색으로 어딜 가느냐고 궁금해하는
하늘을 힐끔거리며
두려움도 망설임도 잊은 채 파문을 일으키며
흘러갑니다
둥둥 떠내려가다
기우뚱기우뚱 멈칫거리다
고운 옷 자랑하고 싶은지 이쪽저쪽으로
몸을 뒤척이며
제가 나뭇가지에서 떨어진 낙엽인 것도 잊고
여유롭게 흐릅니다
재롱떨어 칭찬받으려는
아이들 같은 우쭐거림을 보며
나는 더 오래 주목하고 싶은데
어느새 알아챘는지
산을 도는 나뭇잎
물이 가르쳐 주는 길을 따라 갈길 서두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