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은 배부르지 않다/강민경
한낮
길가 철조망 넘어 마당이 있는 집
병아리 대 여섯 거느린 어미 닭과
풍채 당당한 수탉의 여유
긴 목이 빠지도록 회를 치며 암 닭을 향해
여기가 낙원이라고 힘주어 외치는
곧은 목울대의 당당함에
집 안과 밖, 고요하던 풍경이 기지개를 켠다
내일이 오늘 같은
밤낮없이 닭장 안에 갇혀서
생을 식용에 저당 잡힌 닭
먹으면 먹을수록 허허하고
살이 찌면 찔수록 죽을 날이 가까워지니
먹는 것이 다 저주다
부모 덕에 재벌이 된 아이들이
많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공으로 생겼다고 제화나 권세를 함부로 사용하면
저 닭장 안의 닭처럼 곧 비만이 되어
갑질한다는 소리 자주 듣고 당뇨병에 걸리느니
풍족하다고 다
낙원은 아니다
그 풍족함이 당당해야 삶이 낙원이 된다
저 마당, 수탉 울음소리 참 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