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그리고 부부 / 성백군
초저녁
차오르는 초승달이 구름에 가리어
보일 듯 말 듯
우리도
젊어서 연애할 때는
알 듯 모를 듯 서로에게 궁금한 상현달이었는데
그동안
결혼하고 먹고 먹히고 하면서
구름을 걷어내며 오래 살다 보니
서로에게 환한, 배부른 보름달이 되었다가
어느새
기우는 하현달이 되어
주름살 속 각자의 모습은 바래어 져
없어지고
‘여보’라고 부르는 영감 할멈만 남았으니……,
우리는 부부라
함께 저무는 그믐달이라, 더욱
다정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