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실의 가을이/강민경
폭염이 순해지더니
초록이 철이 듭니다
세월 이길 장사 없다고
길들이기를 하는 가을 돗자리 위에는
황금 들녘이 들어 와 고개를 숙이고
푸른 산들이 혈기를 내려놓고 곱게 물들었습니다
이 가을이
열매 익고 단풍 든다고
세상 끝이 아닙니다
결실 뒤에는
낙과가 있고 낙엽이 있고,
영원함이 있습니다
순하게,
목숨 다하는 날까지
아름답게, 마음 깨끗할 때까지 살다가
맑은 눈물 한 방울
사랑하는 이의 가슴에 떨구고 미련 없이
저 높고 푸른 가을 하늘 너머
영혼으로 들어가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