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를 볶다가 / 성백군
먹이 찾아
바다를 휘젓고 다니면서
파도 속에 묻혀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하고
절벽에 부딪혀 등뼈가 부러지기도 하면서
그 작은 것이
험한 세상을 얼마나 힘들게 살았을까
세상살이라는 게 살면 살수록
인정사정없이 모질고 험난하여 저서
작고 힘이 없다고 봐 주지는 않는 법
어부의 촘촘한 어망에 걸려
생을 마감하기까지 얼마나 헐떡거렸으면
내장엔 피 한 방울 남아 있지 않은 걸까
프라이팬에서
다글다글 볶기며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한다
말 한마디 못하고 입을 앙다문 채
입 대신 몸으로 냄새만 풍긴다
젓가락으로 휘젓는 나
살아있는 내가 죽은 나를 뒤치기는 것처럼
멸치를 뒤치기다가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하지만
생명이 있는 동안은 힘껏 살았으니
이왕이면 좋은 맛 우려내려고 이리저리 살피며
노르스름하게 익을 마지막 때까지
정성을 다해 멸치를 볶는다.
내가 볶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