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떼처럼 /강민경
추석 때면,
사람들 설왕설래
작은 짐 보따리 싸 들고
동서남북으로 싸돌아다니면
내 마음을 들썩여 놓는다
누구는 고향 가고
누구는 해외여행 가고
국제화 시대에 걸맞게
관례나 예절에 얽매이지 않고
저 좋을 대로 남의 눈치 안 보고 산다는데
살길 찾아 고향 떠나 부모 떠나
이민 온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냐 만
목적과 잇속만 앞세우는 자식일지라도
일 년에 단 한 번이라도 보고 싶어
굽은 허리 펴지 못하고 가늘어져만 가는
살아생전 긴 부모님의 목뼈, 생각나
힘없이 허물어짐을 보는 내 천만 가지 핑계
내 고향 질퍽한 흙냄새가 벤
시장 좌판대 색색의 송편에
명절을 안고 주저앉는다
누구에게도 발목 묶인 일 없는데,
자꾸 잡풀 무성할 부모님 산소가 아른거려
철 따라가는 철새 떼처럼
고향 쫓아 날개 젓는 나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