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품어야 싹을 틔운다/강민경
아보카도* 둥근 씨를
손안에 쥐어 보니 크고 묵직한 감촉
뭉실뭉실
생명의 태동이 느껴집니다
키우고 싶은 마음
희망을 품고
빈 화분에 다독여 묻어주고
며칠 후 보니 작지만, 기름기 자르르 흐르는
파란 떡잎 싹을 틔웠습니다
아보카도 나무 쑥-쑥 자랍니다
그대로 놔두면
작은 화분이 깨질 것 같아 옮길 자리를 찾는데
마땅치 않습니다
이런저런 궁리 끝에 큰 화분에 옮기려고
밑동을 살살 후벼 꽃삽을 깊이 박아 잡아당기니
아직 어린 만큼 쉽게 파 올려진 잔뿌리 서넛에
꽤 긴 원뿌리가 부끄럼도 없이 흙 옷을 홀딱 벗어놓고
서둘러 쫓아 나옵니다
긴 뿌리를 세우고 흙을 입히느라
한창 쩔쩔매고 있는 내가 궁금했을까?
딱해 보였을까!
이웃집 할머니 담 넘어와 하시는 말씀
힘들어도 심어 놓으면 곧 열매가 열린다며
인정을 베푸는 말 나에게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