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08 00:57

강설(降雪)

조회 수 17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강설(降雪) / 성백군

 

 

허공에도 꽃이 피네요

낙화?

아니, 주의 재림입니다

 

봄 여름 가을

세상에서 핀 꽃은 겨울이면 다 사라지는데

저건 하늘에서 내려온 저승 꽃

이제 막 칼춤을 추듯 피어납니다

 

지붕 위 장독대 위

벗은 나뭇가지, 길가 말라 죽은 풀 위에

아무 곳이나 닫는 곳이면 소복소복

눈이 쌓입니다

구별 없이 천지가 온통 한 색 순백입니다

 

아이들이

집 그늘을 들추며 뛰어나오고

강아지가 그 뒤를 따라 쫄랑쫄랑 따라 다니고

나도 저들 속에 어울려져 움직이는 풍경이 되고 싶은데

살아온 세월이 길어 죄가 많아 그런지

옆구리가 시립니다

선뜻 발걸음을 내딛기가 두렵습니다

 

자욱하게 눈 내리는 먼 하늘 바라보며

단두대에 사형수처럼

내 목을 차가운 눈발에 맡겨 봅니다

목숨이 다할 때까지 오래도록

주의 긍휼을 기다리겠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7 이국의 추석 달 하늘호수 2017.10.07 287
126 언덕 위에 두 나무 강민경 2015.01.25 288
125 한 점 바람 강민경 2015.09.25 288
124 빈말이지만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1.05 288
123 물의 식욕 성백군 2013.11.03 289
122 창살 없는 감옥이다 강민경 2014.05.05 289
121 담쟁이에 길을 묻다 성백군 2014.12.30 289
120 담 안의 사과 강민경 2014.01.17 290
119 길 위의 샤워트리 낙화 하늘호수 2015.08.30 290
118 가을의 승화(昇華) 강민경 2013.11.02 291
117 구름의 속성 강민경 2017.04.13 291
116 엉덩이 뾰두라지 난다는데 1 file 유진왕 2021.07.18 291
115 그 살과 피 채영선 2017.10.10 292
114 구로동 재래시장 매미들 2 하늘호수 2016.10.20 294
113 (동영상시) 이별 앞에서 - Before Parting 차신재 2015.10.07 294
112 삶의 각도가 강민경 2016.06.12 295
111 가을비 하늘호수 2017.10.22 295
110 손안의 세상 성백군 2014.05.23 296
109 감나무 같은 사람 김사빈 2014.06.14 296
108 몸과 마음의 반려(伴呂) 강민경 2015.06.08 296
Board Pagination Prev 1 ...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