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 상자 앞에서/강민경
슈퍼에 갔다가
좌판 위에 놓인
검은 오디 상자 앞에서
나는 영락없는 옛사람이다
주둥이 까맣게 물들이며
네 것, 내 것, 구별 없이 질리도록
나눠 먹던 생각에 군침이 돌아
쉽게, 작은 오디 상자를 들었다가
높은 가격표에 밀려 손힘이 풀리고
가난했지만 서로 배려하던
풋풋하고 따끈따끈하던
옛 인심만으로 허기를 채운다
흔해서 하찮게 여기던 것들이
때를 만나 이리 귀한 대접을 받는데
하물며, 사람 목숨은 왜 자꾸
내리막길을 구르는 돌 취급을 받는지!
세월호 사건의 참담한 현실 앞에서
네 탓, 내 탓만 찾다가
제 뱃속 썩는 냄새에 붙들려
하늘 찔러대는 한 숨소리에 닫힌 귀
내가 먼저 본이 되지 못하였으니
누구를 탓하겠는가
오늘에야 겨우, 슈퍼 좌판 위 자리한
작은 오디 한알 한알에 새겨진 귀중함을 본다.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951 | 시 | 4B 연필로 또박또박 1 | 유진왕 | 2021.08.11 | 143 |
950 | 시 | 4월 꽃바람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0.04.28 | 122 |
949 | 시 | 4월, 꽃지랄 / 성백군 2 | 하늘호수 | 2023.05.09 | 118 |
948 | 시 | 4월에 지는 꽃 | 하늘호수 | 2016.04.29 | 313 |
947 | 시 | 4월에 지는 꽃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4.04.02 | 103 |
946 | 시 | 4월의 시-박목월 | 미주문협관리자 | 2016.04.02 | 700 |
945 | 시 | 5월 들길 / 성백군 2 | 하늘호수 | 2023.06.20 | 170 |
944 | 시 | 5월, 마음의 문을 열다 | 강민경 | 2017.05.18 | 185 |
943 | 시 | 5월에 피는 미스 김 라일락 (Lilac) / 필재 김원각 | 泌縡 | 2019.07.10 | 110 |
942 | 시 | 5월의 기운 | 하늘호수 | 2016.05.28 | 154 |
941 | 시 | 6월 | 하늘호수 | 2016.06.15 | 144 |
940 | 시 | 6월 바람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5.06.17 | 210 |
939 | 시 | 6월의 언덕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0.06.16 | 799 |
938 | 시 | 6월의 창 | 강민경 | 2014.06.08 | 261 |
937 | 시 | 7월의 감정 | 하늘호수 | 2016.07.22 | 156 |
936 | 시 | 7월의 꽃/ 필재 김원각 | 泌縡 | 2019.07.26 | 117 |
935 | 시 | 7월의 생각 | 강민경 | 2017.07.07 | 190 |
934 | 시 | 7월의 숲 | 하늘호수 | 2015.07.22 | 375 |
933 | 시 | 7월의 유행가 | 강민경 | 2015.07.28 | 251 |
932 | 시 | 7월의 향기 | 강민경 | 2014.07.15 | 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