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終身) / 성백군
수평선에 걸려있는 낙조(落照)는
우리들의 어머니입니다
평생을 자식 위해 다 써버리고 이제
더 줄 것이 없자 미련없이 떠나려 합니다
누가 태양 빛이 빨갛다고만 하던가요
누가 태양 빛이 뜨겁다고만 하던가요
마지막 가시는 길이 저리 순한데
지나가는 구름, 들여다보다 남은 힘마저 다 빨아들이고
속이 뒤집어져 벌겋게 드러나 보이네요
약삭빠른 갈까마귀 떼들은
부스러기라도 주워 먹겠다며 잔양(殘陽)을 물고 하늘을 날아가요
날갯죽지에 도금했나 봐요. 반짝반짝 빛이 나네요
점잖다는 화물선도 속을 다 비우고 오느라고 늦었는지
새들의 꼬리를 잡고 구름 사이를 뚫으면서 급했나,
뚜 뚜 경고음을 울리네요. 내 몫은 남겨놓으라고
그렇지만 낙조(落照)는 말이 없어요. 바보천치일까요
아니어요, 어머니는 사랑이니까
당신의 아이들에게 마지막 목숨까지 헌신하는 거예요
야금야금 먹히면서 끝까지 얼굴 한번 붉히지 않으시고
종신(終身)이란 이름으로 와서 제 욕심만 채우려는 자식들에게 정말
종신(終身)자식 되게 해 주시네요
찰칵찰칵 낙조를 찍어대는 사진사들
저들은 어머니의 마음을 알까
어느 화려한 전시장에 오래오래 걸렸으면 좋겠습니다
영원히 종신(終身)할 수 있도록
135 - 04152006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851 | 시 | 나 같다는 생각에 | 강민경 | 2015.07.13 | 250 |
850 | 시 | 수족관의 돌고래 | 강민경 | 2015.07.15 | 361 |
849 | 시 | 7월의 숲 | 하늘호수 | 2015.07.22 | 375 |
848 | 시 | 유실물 센터 | 강민경 | 2015.07.24 | 335 |
847 | 시 | 고사목(告祀木), 당산나무 | 하늘호수 | 2015.07.27 | 285 |
846 | 시 | 7월의 유행가 | 강민경 | 2015.07.28 | 251 |
845 | 시 | 내가 사랑시를 쓰는이유 | 박영숙영 | 2015.08.02 | 256 |
844 | 시 | 불타는 물기둥 | 강민경 | 2015.08.03 | 207 |
843 | 시 | (동영상시) 나는 본 적이 없다 (데스밸리에서) Never Have I Seen (at Death Valley) | 차신재 | 2015.08.09 | 590 |
842 | 시 | 비포장도로 위에서 | 강민경 | 2015.08.10 | 432 |
841 | 시 | 꽃, 지다 / 성벡군 | 하늘호수 | 2015.08.10 | 253 |
840 | 시 | 8.15 해방 70년을 생각한다 | son,yongsang | 2015.08.14 | 277 |
839 | 시 | 겨레여! 광복의 날을 잊지 맙시다 | 박영숙영 | 2015.08.15 | 330 |
838 | 시 | 해 돋는 아침 | 강민경 | 2015.08.16 | 205 |
837 | 시 | 봄비, 혹은 복음 / 성벡군 | 하늘호수 | 2015.08.18 | 87 |
836 | 시 | (동영상시) 나는 시골버스 차장이 되고 싶었다 - I Wanted To Become A Country Bus Conductor | 차신재 | 2015.08.20 | 557 |
835 | 시 | 갑질 하는 것 같아 | 강민경 | 2015.08.22 | 197 |
834 | 시 | 풀에도 은혜가 있으매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5.08.24 | 147 |
833 | 시 | 당신은 내 심장이잖아 | 강민경 | 2015.08.29 | 236 |
832 | 시 | 길 위의 샤워트리 낙화 | 하늘호수 | 2015.08.30 | 2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