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 날선 빛 / 성백군
어둠 속
유령 같은 것이
가시나무 울타리에 걸려 있다
그냥 지나치기가 의뭉스러워 다가가 보았더니
흰 비닐봉지가 바람을 잔뜩 먹음고 있다
뉘 집 울을 넘어
탈출한 걸까, 쫓겨난 걸까
한때는 주부 손에 이끌리어
장바닥을 휩쓸고 다니면서 영광을 누렸을 텐데
그 영화도 잠시, 짐을 다 비우고 할 일이 없어지니
사랑도 떠나 가드라며
사십 대 실직자처럼 버럭버럭 고함을 지른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교과서 말만 믿고 큰 소리치며 뛰쳐나온 비닐봉지
그 기세는 어디로 가고
품 안에 안겼던 애처로운 눈망울들이
옆구리를 가시처럼 파고들어
아프다는 말도 못 하고 조금씩 조금씩 제 몸을 비틀며
주변을 살핀다
이제는
자기가 흔해빠진 비닐봉지임을 알았는지
제 몸 찢어지는 것도 개의치 않으며
세상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펄럭거린다
날선 흰빛이 어둠 속으로
가물가물 사라진다
634 - 10112014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710 | 시 | 낙엽 단풍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1.06.30 | 142 |
709 | 시 | 낙엽 한 잎 | 성백군 | 2014.01.24 | 211 |
708 | 시 | 낙엽단상 | 성백군 | 2013.11.21 | 180 |
707 | 시 | 낙엽은 단풍으로 말을 합니다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0.11.25 | 96 |
706 | 시 | 낙엽의 은혜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4.02.27 | 75 |
705 | 시 | 낙원동에서 | 강민경 | 2014.02.23 | 245 |
704 | 시 | 낙원은 배부르지 않다 | 강민경 | 2016.10.01 | 245 |
703 | 시 | 낙화(落花) 같은 새들 | 강민경 | 2017.04.30 | 104 |
702 | 시 | 낙화.2 | 정용진 | 2015.03.05 | 215 |
701 | 시 | 낙화의 품격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1.06.08 | 64 |
700 | 시 | 낚시꾼의 변 1 | 유진왕 | 2021.07.31 | 87 |
699 | 시 | 난산 | 강민경 | 2014.04.17 | 316 |
698 | 시 | 난해시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9.06.18 | 117 |
697 | 시 | 날 붙들어? 어쩌라고? | 강민경 | 2015.03.15 | 262 |
696 | 시 | 날 저무는 하늘에 노을처럼 | 하늘호수 | 2017.05.15 | 253 |
695 | 시 | 날마다 희망 | 하늘호수 | 2016.10.27 | 126 |
694 | 시 | 날파리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4.03.26 | 87 |
693 | 시 | 남은 길 1 | 헤속목 | 2022.01.26 | 230 |
692 | 시 | 남편 길들이기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9.10.11 | 139 |
691 | 시 | 납작 엎드린 깡통 | 강민경 | 2017.06.18 | 16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