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11 10:05

가을나무

조회 수 9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가을나무

정용진 시인

 

태양빛이 얇아지고

지나는 바람결이 소슬해지면

시냇가에

자신의 실체를 드러내듯

나뭇잎들을 하나 둘 떨구면서

가을 나무가 하는 말이

예사롭지 않다.

 

너무 뜨겁던 날 괴로웠다.

폭풍우가 쏟아지던 밤이 힘들었다.

성숙한 과일들이

지체에서 떨어져가던 날

마음이 몹시 아팠다.

찬 서리가 내리치던 초겨울

끝내 뜨겁고 붉은 눈물을 흘렸다.

 

가을 나무는 벗은 채

신 앞에 홀로서는

단독자의 자세로

지난 삶을 심판 받는다.

내면 깊숙이 고뇌의 흔적으로

가슴 속에 둘려지는 연륜(年輪).

 

가을 나무는

알몸으로 서서 흰 눈을 기다리며

가지마다 볼록볼록

생명의 꽃봉오리를 키우고 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38 당신의 당신이기에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5.22 110
737 아버지의 새집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5.21 86
736 어머니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5.20 138
735 세상 감옥 / 성백군 하늘호수 2021.05.18 92
734 별천지(別天地) / 성백군 하늘호수 2021.05.11 87
733 무 덤 / 헤속목 헤속목 2021.05.03 339
732 얼굴 주름살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1.04.20 113
731 우듬지 나뭇잎처럼 / 성백군 하늘호수 2021.04.14 134
730 고맙다. ‘미쳤다’는 이 말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1.04.09 241
729 Prayer ( 기 도 ) / young kim young kim 2021.04.04 158
728 눈[目]길 / 성백군 하늘호수 2021.03.31 152
727 평 안 1 young kim 2021.03.30 185
726 텍사스 블루바넷 영상시 / 박영숙영 file 박영숙영 2021.03.27 136
725 볏 뜯긴 수탉 / 성백군 하늘호수 2021.03.23 75
724 " 이제 알았어요 " " NOW I KNOW " young kim 2021.03.23 210
723 그 길 1 young kim 2021.03.23 183
722 순수 1 young kim 2021.03.20 141
721 침 묵 1 young kim 2021.03.18 127
720 산행 / 성백군 2 하늘호수 2021.03.17 90
719 가고 있네요 2 泌縡 2021.03.14 118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50 Next
/ 50